보수 표 분산에 잇단 구설로 민심 이반 우려…판세 오리무중
[총선 D-2] '보수 강세' 포항남·울릉 통합당 후보 예상 밖 고전
미래통합당 강세 지역으로 알려진 경북 포항 남구·울릉 선거구가 한 치 앞을 못 보는 상황이다.

이 선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허대만(50), 미래통합당 김병욱(42), 민중당 박승억(50), 국가혁명배당금당 박덕춘(68), 무소속 박승호(62) 후보가 출마했다.

포항 남구·울릉은 '보수당 공천만 받으면 과메기(차게 말린 꽁치)를 꽂아도 당선된다'란 말이 나돌 정도로 전통적으로 보수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이 때문에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미래통합당 공천에 관심이 쏠렸다.

통합당에서는 예상을 깨고 정치 신인인 김병욱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그는 당내 예비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높은 두 후보가 배제된 상태에서 경선에 나가 공천을 거머쥐었다.

공천 직후에 "경선에서 승리해 나도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된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이에 반발하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보수 표가 분산됐다.

게다가 8번째 선거에 나선 허대만 후보도 인지도와 여당 이점을 안고 표심을 공략하면서 판세가 오리무중이다.

당 지지율을 안고 여유 있게 앞서 나가던 김병욱 후보가 잇따라 구설에 오른 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달 4일 주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13년 국회의원 보좌관! 일할 줄 아는 젊은 일꾼!'이라며 자신을 소개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인턴 비서, 비서관, 보좌관 등 국회에서 근무한 이력을 모두 더한 기간이 13년 2개월이고, 보좌관 경력만 따지면 5년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시민은 김 후보를 선관위에 고발했다.

또 지난 8일 포항 남구 오천읍 주민이 가입한 소셜미디어에 한 주민이 보좌관 경력 부풀리기 논란 관련 글을 올리자 "썩은 땅에 새싹 하나 틔우기 참 힘드네요.

그래도 뿌리 내리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김 후보 글이 인터넷으로 퍼지자 포항을 썩은 땅에 비유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또 '포항 정치는 수도권과 비교해 20년 전 수준'이라거나 '제가 당선된다 치고 저를 비방한 분들은 형산로터리에서 시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한 글이 계속 논란을 빚었다.

지난 10일에는 포항 진보단체가 구성한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와 보수단체가 구성한 가칭 '포항범보수단체연합'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소셜미디어에서 "정책대결 없이 흑색선전만 난무한 포항 선거 풍토를 '썩은 땅'으로 빗댔다"며 "썩은 땅은 포항과 울릉이 아니라 지역 낡은 정치권, 구태 선거판을 일컬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론조사 결과도 선두권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MBC가 리얼미터에 맡겨 이달 6∼7일에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통합당 김병욱 후보 36%, 민주당 허대만 후보 31.4%, 무소속 박승호 후보 11.1%가 나왔다.

허대만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제가 당선되면 포항남·울릉 정치사의 역사로 남을 것이고 이러한 기적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병욱 후보는 "수많은 흑색선전에도 최근 세 곳의 여론조사 1위는 김병욱"이라며 "문재인 정권 경제파탄, 안보파탄, 촛불혁명이란 거창한 틀에 갇힌 국민이 깨어나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박승호 후보는 "무능한 집권여당과 오만한 야당을 동시에 심판해 무너진 포항·울릉 자존심을 되찾고 준비된 진짜 보수 박승호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승억 후보와 박덕춘 후보도 지지세를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