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상임에도 '정치국 후보위원' 그쳐…향후 성과 따라 위상 강화될 듯
'리수용 후임' 김형준은 외교위원장도 물려받아

북한이 미국과 장기 교착국면에서 외교라인 개편을 마무리하며 이른바 '리선권 외무상 체제'를 정식 출범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선권 외무상은 11, 12일 연이어 개최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정치국 후보위원과 국무위원에 선출됐다.

작년 말 대규모 인사에서 노동당 전문부서 중 하나인 국제부 부장과 정치국 후보위원에 각각 임명된 김형준 당 부위원장도 국무위원회에 진입했다.

내각과 당의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양대 인사가 당연직 성격의 지위를 모두 부여받으며 전임자인 리용호(전 외무상)·리수용(전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의 교체가 마무리된 셈이다.

김형준의 경우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전임자인 리수용이 맡았던 남측 국회의 상임위원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산하 외교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물려받았다.

북한의 새 외교라인이 주목받는 건 경력상으로만 보면 리선권과 김형준이 전임자들과 달리 대미업무 등과의 연관성이 사실상 전무한 데다 북미대화가 교착 상태에 있어서다.

북한이 최근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자리 등을 신설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나름의 보완책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리선권과 김형준 모두 아직은 정치국 위원 대신 후보위원에 머물고 있어 정치국 위원들이었던 전임자보다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미교착 국면을 반영한 과도기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과 함께 당분간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외교업무를 챙길 가능성도 있다.

다만 김정은 시대 들어 철저히 '실적주의 인사'가 적용되고 있는 데다 리용호 역시 과거 외무상 임명 초기에는 후보위원이었다가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던 만큼, 향후 성과에 따라 인사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미라인으로 국한하는 경우 리선권 외무상과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향후 업무 조율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북한, 대미교착 속 외교라인 개편 완료…리선권 본격 시험대
한편,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 국무위원회에 새로 진입한 김정호 인민보안상은 전임자인 최부일이 맡았던 법제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맡게 됐다.

김정호 역시 대장이었던 최부일과 달리 상장(별 세 개)에 머물러 추후 실적에 따라 승진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예산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오수용 당 부위원장에서 김덕훈으로 교체됐다.

이에 따라 오수용은 경제 관련 다른 부서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중공업 분야에서 일한 김덕훈은 작년 연말 대규모 인사개편에서 정치국 위원, 당 부위원장 및 전문부서장에 발탁됐으나 정확한 업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