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공민 교과서 '영토교육 강화' 지침 전면 반영
간토학살·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기술은 두루뭉술·미흡
아베 정권 우경화 지침, 초중고 영토·역사 교육에 전면 확산
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수년에 걸쳐 추진해 온 역사·영토 교육 우경화 결과가 집약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는 역사 분야 7종, 지리 분야 4종, 공민 6종, 지도책 2종 등 모두 19종인데 이 가운데 지리의 경우 4종 모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기술하는 등 대부분의 교과서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상세히 다뤘다.

교과서들은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일본 정부가 1905년 강의 결정으로 독도를 시마네(島根)현에 편입했고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일본이 포기한 영역에 독도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기술한 교과서도 있었다.

교과서들은 한국의 영토 주권이나 한국이 독도를 실효 지배해 온 앞선 역사를 배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실었다.

교도통신에 의하면 지리(4종)와 공민(6종)의 경우 전체 교과서가 독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일본 정부의 시각으로 다뤘다.

앞선 검정에서는 공민 교과서 중 1종이 센카쿠 열도 관련 기술을 제외했으나 이번에는 예외 없이 게재한 것이다.

아베 총리 재집권 이후인 2014년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집필의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해 독도와 센카쿠 열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시했는데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이런 기준을 추종한 셈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문부과학성이 2017년에 영토 관련 기술을 더욱더 철저하게 하기 위해 학습지도요령에 영토 기술을 명기했으며 그로 인해 이번 검정에서는 앞선 검정 때보다 관련 기술을 담은 페이지 수가 늘어난 교과서가 많았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의 주장을 반영한 영토 문제 기술은 각급 학교 교과서에 이미 만연한 상황이다.

작년에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4∼6학년 사회 교과서는 9종 모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2017년에 검정을 통과한 고교 사회과 교과서는 24종 가운데 19종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싣는 등 교육 현장의 영토 교육 우경화는 이미 상당 수준으로 진행됐다.

역사 분야에서는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 등 일본의 역사적 치부에 덧칠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예를 들어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에 관해서는 학살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은 교과서가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교과서는 자경단이나 경찰 등을 학살에 관여한 주체로 명시했지만 누가 살해했는지를 쏙 빼놓고 조선인과 사회주의자 등이 살해됐다고 서술한 교과서도 있었다.

아베 정권 우경화 지침, 초중고 영토·역사 교육에 전면 확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기술은 부실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출판사인 마나비샤(學び舍)의 역사 교과서는 앞서 2015년 검정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시 인권침해, 고노(河野)담화 등을 자세히 다뤘으나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관련 내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후 겨우 검정을 통과했다.

앞선 검정에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탓인지 이번에 검정을 신청한 교과서에서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진전된 내용을 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새로 검정을 통과한 야마카와(山川)출판사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을 다뤘으나 전쟁 중 벌어진 성폭력의 실상을 전하기에는 부족했다.

이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지(戰地)에 설치된 '위안시설'에는 조선·중국·필리핀 등에서 여성이 모집됐다(이른바 종군 위안부)"는 한 줄로 설명했다.

야당을 깎아내리는 표현이 문제없이 검정을 통과한 점도 눈에 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012년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성립한 것을 설명하면서 "민주당 정권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설 문제나 동일본대지진 대응 등으로 경로를 이탈했다"고 기술한 역사 교과서가 별다른 수정 없이 검정을 통과했다.

이는 확립된 역사적 평가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교도통신은 논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