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와중에 해군기지·수방사 방공진지 민간인에 뚫려
합참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정확한 실태조사 후 보완책 강구"
잇단 경계실패에 화난 정경두, 군 지도부회의 긴급 소집(종합)
무단 침입한 민간인을 막지 못한 군의 경계 실패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군 지도부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국방부는 17일 "오늘 오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긴급 지휘관회의가 열린다"며 "육군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 등에서 민간인 무단침입 상황이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발생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의에는 박한기 합참의장, 서욱 육군·심승섭 해군·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이 참석한다.

정 장관이 긴급 호출해 마련한 군 지도부 회의에서는 최근 잇따른 군의 경계태세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군 의료인력과 지원인력이 각 분야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군 경계태세 문제가 잇달아 제기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을 비롯한 군 지도부는 최근 제주와 진해 해군기지,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에 민간인이 잇달아 무단 침입하면서 불거진 군의 경계태세 문제점 보완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협의한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코로나19로 인해서 어려운 상황에 여러 부분에서 많은 지원을 하면서 국민들께 희망과 또 힘이 되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안과 같은 것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이번 상황의 엄중함에 대해서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에 따라 부대관리 및 사후조치 전반에 대해서 정확하게 실태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육군수도방위사령부와 예하 방공진지에 16일 합참 전비검열실 요원 4명을 투입해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 6명을 추가로 보내 경계작전과 경계실태 등 현장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방사 검열단 10여 명도 해당 방공진지 및 상급 부대인 방공대대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군 관계자는 "진해 해군기지사령부와 관련해서는 16일부터 해군본부 감찰실장 등 5명이 현장에서 조사 중"이하고 설명했다.

군은 박한기 합참의장이 지난 9일 긴급 주요 지휘관회의 때 강조했던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지를 주로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당시 회의에서 "제주 해군기지 상황과 관련해 우리 군의 경계 작전을 포함한 대비태세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며 "경계 작전 전반에 대해 보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전군에 지시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전날 수도권에 있는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중대급 방공진지에 50대 민간인이 침입했다.

산나물을 캐러 산에 오른 이 민간인은 술에 취한 상태로 진지 울타리 아래 땅을 파서 들어갔으나, 해당 진지에서는 이런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1시간여 만에 붙잡았다.

이달 7일에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의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 침입했다.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CCTV(폐쇄회로)로 구성된 능동형 감시체계의 핵심기능이 성능 저하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5분대기조'는 침입 후 2시간 만에 늑장 출동했다.

지난 1월에는 70대 노인이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무단으로 들어가 1시간 30분가량 배회했다.

당시 군사경찰 3명이 위병소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A씨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