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청와대 비난 담화'도 대내 매체는 함구…2018년 대화시기와 대조

남북 정상이 올해 들어 처음 친서를 주고받았지만, 북한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6일 오전 7시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 교환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전 6시 정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는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대내용 매체들도 관련 소식에 함구하고 있다.

앞서 전날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문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위로를 전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고, 문 대통령도 하루 뒤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친서 교환은 올해 들어 처음인 데다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한 지 하루 만에 오빠인 김 위원장이 먼저 친서를 보내온 것이어서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북한 '남북 정상 친서교환' 보도안해…'모호한 대남전략' 연장선
그러나 북한이 양 정상의 친서 교환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서 대남 정책과 관련해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 역시 공식 입장을 대외에 밝힐 때 사용하는 루트인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지만, 주민들이 보는 신문과 라디오, TV 등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외용 선전매체를 통한 대남 비난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내 매체에서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결국 현재 남북 소강이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경색이 더 심화할 수도, 반대로 급반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나름대로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남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을 비롯해 남북대화가 무르익던 2018년 오고 간 친서에 대해서는 대체로 대내외에 공개했다.

이런 공개 보도 경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보도' 기조로 바뀌었다.

같은 해 10월 말 김 위원장이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낸 사실도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5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메시지와 함께 발송한 친서도 뒤늦게 중앙통신을 통해 '초청 거절' 입장문을 내면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도 내부엔 아예 전하지 않았다.

다만 6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에 대해서만은 대내외용 매체 모두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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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