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협 속 '3·1 보건협력 제안' 주목…"金, 문대통령에 변함없는 신뢰"
"北, 남북관계 단절 언급한 것 아냐"…이틀전 발표 '김여정 담화' 재조명 기류도
개별관광·철도연결 '先남북협력' 구상 탄력받나…"북미교착 여전, 낙관안돼" 신중론도
김여정 담화 하루만에 '코로나' 친서…남북관계 새국면 맞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북정상이 이를 계기로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 보건 분야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언급한 직후 친서가 오갔다는 점에서 보건분야를 중심으로 남북간 협력이 조심스럽게 움트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바로 이틀 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문 역시 남북협력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는 아니었다는 분석과 함께, 문 대통령의 '선(先) 남북관계 개선' 구상이 탄력을 받으리라는 기대감도 번지고 있다.

다만 북미 핵 협상은 여전히 소강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여정 담화 하루만에 '코로나' 친서…남북관계 새국면 맞을까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어제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길 빌겠다"는 언급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이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보건 분야 협력제안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여기에 호응하며 보건분야 협력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보건분야 협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별도 채널에서 따로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인 미래통합당 이은재 의원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코로나19 관련 7천∼8천명이 격리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도 이런 보건협력 실현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는 분석도 있다.

나아가 보건 협력으로 '물꼬'를 튼다면 이후 다른 남북협력사업들도 줄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올해에는 북미 대화에 보조를 맞추는 대신 독자적인 남북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이제까지는 이렇다 할 계기를 찾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보건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북한 개별관광이나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을 성사시키는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다.

윤 수석 역시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 등의 언급을 했다.

정상 간 변함없는 신뢰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협력사업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러난 언급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두고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거나 남북관계 단절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 대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데 청와대는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논평에서 "얼핏 보기에 김 부부장의 담화와 김 위원장의 친서가 모순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김 부부장은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언급에 대해 불만을 표했을 뿐,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도 아니고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것도 아니었다"며 "김 위원장 역시 친서를 통해 남북대화와 협력의 점진적 재개 의사를 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병 주고 약 주고'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닌, 군사훈련 비판에 대해서는 반발했지만 큰 기조에서는 남북협력을 이어가자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이다.

정 센터장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실질적인 보건의료지원과 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 남북대화도 자연스럽게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여정 담화 하루만에 '코로나' 친서…남북관계 새국면 맞을까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친서로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인 북한 비핵화와 관련, 북미 대화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면 남북대화 역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 의지'를 어느 정도까지로 봐야 할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모친상을 위로하는 조의문을 보내고서, 바로 다음 날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올린 경험 등을 거론하며 지금은 신중하게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