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안 국회서 확정 여부 '주목'…직접 영향권 50여명
일부 '반발' 전망…문 의장 "법률에 배치되는 부분 있어"
서울 1곳 줄고 세종 1곳 늘고…강원에 서울의 8배 '메가선거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3일 21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선거 그라운드'의 윤곽이 드러났다.

세종, 경기 화성, 강원 춘천, 전남 순천 지역에서 지역구를 쪼개 4개 선거구를 신설하고, 서울 노원, 경기 안산과 강원과 전남의 일부 선거구를 조정해 4개 선거구를 줄여서 총 253곳의 지역구로 재획정한 방안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의 후유증으로 여야가 좀처럼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이번 총선을 위한 획정안 역시 '늑장 제출'의 전례를 답습했다.

◇ 354일 늦어진 획정안…국회서 '원안 통과' 가능할까
획정위의 이날 획정안 제출은 규정보다 354일 늦은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획정안의 제출을 선거일 전 13개월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을 위한 획정안 제출보다 215일 더 늦은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획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에서 이 안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의 '합의'에 기반해 획정위가 획정안을 만들어온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획정위가 법률과 원칙에 입각해 획정안을 자체적으로 도출했다.

이후 절차는 공직선거법 24조의2에 규정된 과정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획정안의 취지를 그대로 반영한 공직선거법을 마련·의결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된다.

하지만 국회는 획정안을 반려할 수도 있다.

'위원회가 획정안이 법이 정한 획정 원칙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재적위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획정안을 다시 제출해 줄 것을 한 차례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한 조항에 따른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그동안의 교섭단체 간 논의 내용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미흡한 감이 있다"며 "개정 공직선거법에서 농·어촌·산간지역 배려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6개 군을 묶는 것은 법률에 배치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당장 이번 획정안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의원은 50여명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합구 대상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경계 조정으로 유권자가 바뀌는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신인들은 선거를 43일 앞두고서야 선거구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 희비 교차한 수도권…합구된 노원 '울상', 강남·군포 '안도'
구체적인 획정 내용을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의 경우 선거구 조정의 결과로 1곳이 감소했다.

서울만 기존 49곳에서 48곳으로 줄었고, 인천(13곳)과 경기(60곳)는 각각 그 숫자를 유지했다.

표면적으로는 '작은' 변화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치권에 끼칠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서울에서는 노원 갑·을·병만 통폐합의 대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노원갑)·우원식(노원을)·김성환(노원병) 의원이 현역인 곳이다.

경기도에서는 안산 상록갑·을, 단원갑·원을 등 4곳이 3곳으로 통폐합된다.

민주당 전해철(상록갑)·김철민(상록을) 의원과 미래통합당 김명연(단원갑)·박순자(단원을) 의원이 지키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당초 통폐합 유력지로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던 곳이다.

획정안이 이날 제출되면서 현역 의원들 간에도 '교통정리'가 필요할 수 있다.

통폐합이 전망됐던 강남 갑·을·병과 경기 군포갑·을의 경우 이번 조정 대상에 오르지 않으면서 이곳 의원 등은 '안도'하게 됐다.

지역구가 쪼개지는 곳들도 있다.

경기도의 경우 화성갑·을·병 선거구를 쪼개 갑·을·병·정의 네 개 선거구로 개편한다.

무소속 서청원(화성갑) 의원, 민주당 이원욱(화성을)·권칠승(화성병) 의원이 현재 지역구를 지키고 있다.

아울러 세종시의 경우 한 곳에서 두 곳으로 선거구가 나뉜다.

이 밖에 수원, 광명, 평택, 고양, 용인의 경우 선거구 수의 변화 없이 일부 경계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 강원·전남 대규모 조정…서울 8배 면적 '메가선거구' 탄생
강원과 전남은 5개 선거구가 '헤쳐 모여' 4개 선거구로 줄어드는 대규모 내부 조정을 거쳤다.

강원에서는 춘천이 춘천 갑·을로, 전남에서는 순천이 순천 갑·을로 각각 분구됐으나, 여야 모두 두 지역의 분구가 유력하다고 판단했기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통합된 선거구다.

획정위는 강원과 전남에서 5개 선거구를 분리해 '재조립'하는 수준으로 4개 선거구를 만들었다.

특히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은 무려 6개 시군이 묶인 '메가선거구'가 됐다.

이 선거구 면적은 약 4천922㎢로, 서울(605㎢)의 8배가 넘는다.

국회의원이 한 바퀴 돌아보기도 벅찬 수준이다.

이 선거구를 두고는 당장 문희상 국회의장부터 부정적인 견해를 감추지 않았다.

따라서 획정안 확정의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전남도 광양·담양·곡성·구례, 무안·함평·영광·장성 등 4개 시군이 묶인 지역구가 두 곳이 됐다.

강원과 전남 모두 5개 선거구를 4개로 줄이는 과정에서 모든 선거구가 지각변동을 겪게 돼 이 지역 현역 의원이나 출마 후보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강원은 미래통합당 당세가 강하고 전남은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곳이라 각 당 후보들이 다수 뛰고 있어 공천 과정에서 '집안 싸움'도 예상된다.

통합당 '텃밭'인 이 지역은 선거구 수 자체는 변화가 없어 후보 재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후보들이 기존에 닦아온 지역들이 상당 부분 변화를 겪어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