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련 직접 언급 비중 줄어…한일 '코로나19 공동대응' 여부 주목
"과거 직시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日, 그런 자세 가져달라" 주문도
문대통령 "코로나 함께 이기자"…한일 미래지향적 협력에 강조점
문재인 대통령은 3·1절인 1일 일본을 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협력을 고리로 한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열린 3·1절 101주년 기념식 연설을 통해 일본에 대해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밝혔다.

과거사 문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 한일 관계가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양국을 강타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동 대응을 제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분리하는 '한일 관계 투트랙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날 기념사는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으로 읽힌다.

한일 간 갈등을 풀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진전하는 실마리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제시한 셈이다.

코로나19가 한 국가를 넘어선 문제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북한과 중국, 나아가 일본의 '초국경적 협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절박한 만큼 관련 메시지에 집중한 측면도 있지만,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을 부각하지 않은 것은 일본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한일 양국이 코로나19 사태에 협력을 강화하며 갈등 해소의 계기를 만들지 주목된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며 친일잔재 청산을 통한 가치 정립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한 통상 일본의 향한 메시지를 담는 3·1절 기념사에 한일 관계 또는 일본 관련 문제에 할애한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본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도 기념사 뒷 부분에 배치됐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해 우리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3·1 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난 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갈음했다.

문대통령 "코로나 함께 이기자"…한일 미래지향적 협력에 강조점
문 대통령이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거론하며 "한국의 고위급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신임 주한 일본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자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나와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한 것으로 아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고 평가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과거사 직시'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