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훈련 중단·연합훈련 '취소'…대구 군부대 한시적 재택근무
[김귀근의 병영톡톡] 코로나19, 군 흔들다…감염병 새 안보위협 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흔들고 있다.

29일 군에 따르면 한국군 부대와 미군기지의 외부인 출입은 엄격히 통제됐고, 감염병의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 조치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대규모 단독 및 연합훈련이 중지됐고, 군인 한 명의 감염으로 전 부서 및 부대가 마비되지 않도록 근무 방식도 조정됐다.

과거 북한 도발 등으로 대비태세가 격상됐을 때 못지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간 전문가들이 질병과 감염병을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이라고 했던 주장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 한국군 "전시에 준한 상황"…주한미군, 경험 못한 감염병에 기지 '봉쇄'
이번 코로나19는 2015년 전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비교할 때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당시 한국군은 원사 1명이 확진되어 완치된 바 있다.

주한미군은 당시 감염자가 없어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8일 오후 기준 한국군 확진자는 육군 15명, 해군 2명(해병 1명 포함), 공군 10명 등 총 27명이다.

같은 날 기준으로 주한미군에서도 미군 병사와 미군 가족, 한국인 근로자 등 3명의 확인자가 나왔다.

군내 확진자가 늘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8일 오전 화상으로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현시점을 전시에 준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자원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군이 감염병 사태를 '전시에 준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응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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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방부는 24일부로 전국의 야외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영내 및 주둔지 훈련으로 대체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아울러 병사들의 건강과 군내 확산 방지를 위해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면회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 엄격한 조치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환자가 발생한 지역과 그 인근 지역에 있는 군부대 장병의 휴가와 외출·외박·입영 행사를 금지토록 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 거주하는 장병도 거주지로 휴가를 갈 수 없도록 했다.

또 21일부터 대구·청도지역 거주 소집 대상자의 입영을 4주간 잠정 연기했고, 24일부터 내달 6일까지 2주간 전국 병역판정검사도 잠정 중단했다.

내달 2일부터 시작될 예비군 동원훈련 및 지역 예비군 훈련도 4월 17일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국방부는 비록 한시적이지만, 대구지역 군부대에서 필수인력이 아닌 간부 군인과 군무원이 재택근무를 희망하면 허용하고 있다.

간부 군인과 군무원이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내달 9일부터 예정됐던 한미연합훈련도 연기했으나, 사실상 취소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54년부터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이 감염병으로 일정에 영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군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코로나19, 군 흔들다…감염병 새 안보위협 부상
아울러 그간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 확산으로 초긴장 상태인 주한미군도 사실상 '기지 봉쇄'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달 19일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위험단계를 '낮음'(Low)에서 '중간'(Moderate)으로 높인 데 이어 25일에는 한반도 전역의 위험 단계를 '높음'(High)으로 격상했다.

기지 출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사실상 '준폐쇄' 상태나 마찬가지다.

필수적인 임무 수행자가 아닐 경우 미팅, 집회, 임시 파견 등도 제한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도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차원의 사령부 산하 한국행을 모두 제한한다고 밝혔다.

◇ "바이러스,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재앙"…"감염병 역내 국가 갈등 유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작년 말 'INSS 2020 정세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기후 변화와 감염병 문제도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는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에서는 미세먼지와 감염병 문제가 역내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함과 동시에 협력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이미 글로벌 이슈가 됐다.

지난 28일 기준 국가별 확진자 추세를 보면 한국이 2천명을 넘었고, 일본 919명, 이탈리아 655명, 이란 270명, 싱가포르 96명, 홍콩 91, 미국 60명 등이다.

발원지 중국의 누적 확진자는 지난 27일 0시 기준 7만8천497명이다.

특히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있는 특정 국가 국민의 방문을 통제하는 등 국가 간 외교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28일 기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시 조치를 하는 나라는 모두 50곳에 이른다.

193개 유엔 회원국 기준으로 전 세계 4분의 1 이상의 국가에서 한국인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셈이다.

정부가 25일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코로나19 방역 노력 등을 설명하며 입국 금지 등의 조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자국민 보호를 앞에 두는 국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산둥성과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등 5개 지역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호텔격리나 자가격리 등의 강제 조처를 하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나 장쑤성 난징, 산시성 시안 등지에서도 한국발 여행객들이 공항에 내리는 즉시 격리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한국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승인할 것 같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코로나19, 군 흔들다…감염병 새 안보위협 부상
유럽의 국가들도 확진자가 늘고 있는 특정 국가 국민들의 입국에 빗장을 거는 추세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하나의 마을처럼 가까워졌다는 뜻으로 생겨난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감염병 위협과 이로 인한 지구촌 갈등을 이미 예견한 바 있다.

그는 강연 프로그램 '테드(TED)'에서 "전염병 확산은 전시상황(war time)이다.

경계해야 할 건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이라며 감염병 대유행을 경고했다.

또 "10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무기는 핵·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30일 외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코로나19가 발병하기 한 달 전인 작년 11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새로운 전염병의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이전에 보지 못한 질병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백신을 찾는 데 4년에서 최대 5년의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은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가 필요한 해외 신종 감염병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및 동물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등을 예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015년 MERS 국내 유입은 해외 유입 감염병이 국가 안보의 위협 요소로 작용함을 보여준 사례"라고 적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