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13명 중 9명 제명…지역구 의원 4명도 곧 탈당
'윤리위 징계' 없이 제명…손학규 "인정 못해"

손학규 대표의 진퇴 문제를 놓고 작년부터 끊임없는 내홍을 겪어온 바른미래당이 18일 '공중분해' 수순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비례대표 의원 13명 중 9명의 제명이 이뤄졌다.

4명의 지역구 의원도 곧 탈당할 예정이다.

2018년 2월 출범 당시 30석에 달했던 의석수는 확장은커녕 2년 만에 8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지역구 의원들의 탈당 후에는 4석으로 줄어든다.

남은 박선숙·박주현·장정숙·채이배 의원 중 박주현·장정숙 의원은 각각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에서 활동하고 있고, 박선숙 의원은 당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채이배 의원의 경우 자신이 '청년 세대'와의 통합을 시작한 만큼 이를 마무리하겠다며 당에 남았다.

다만 채 의원도 손 대표의 퇴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손 대표의 곁을 지키는 현역 의원은 없는 셈이다.

거대 양당 구도에서 벗어나 다당제를 실현하겠다던 손 대표는 껍데기만 남은 당을 '나 홀로' 지키게 됐다.

바른미래 '무더기 셀프제명'…사실상 '나홀로' 남은 손학규(종합)
바른미래당의 붕괴는 사실상 예상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4·13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손학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누어져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당 내분 수습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원회는 열흘 만에 좌초했고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이 회의 참석을 거부해 당 최고위원회도 무력화된 지 오래다.

유승민계·안철수계 의원들은 작년 9월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만들어 독자 행동에 나섰고, 결국 유승민계 의원들은 탈당해 지난달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당시 당에 남았지만, 올해 1월 안철수 전 의원이 귀국하자 국민의당(가칭) 창당에 나섰다.

고비마다 손 대표를 감쌌던 호남계·당권파 의원들도 안 전 의원마저 탈당한 이후에는 손 대표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퇴진 요구에 손 대표는 최고위원·사무총장직 박탈로 거부의 뜻을 명확히 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나아가 최측근인 이찬열 의원의 탈당으로 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고 연쇄 탈당까지 예고되자 손 대표가 급히 꺼내든 '호남 3당 합당' 카드마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손 대표는 퇴진 압박이 자신을 죄어오자 "지역주의 구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며 말을 바꿨지만, 그 사이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은 '꼭 바른미래당이 아니어도 된다'는 '플랜B'를 세우게 된 것이다.

이들은 탈당 결심이 어느 정도 굳어진 상황에 이르자 당권파를 포함한 비례대표 의원들의 묶여 있던 발을 풀어주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결단 덕에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바른미래당을 빠져나와 국민의당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안 전 의원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오는 23일 창당을 앞둔 국민의당에는 이날 제명된 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등 안철수계 비례의원 5명에 지역구 의원인 권은희 의원까지 현역 의원 6명이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의원의 귀국 직후까지도 안철수계와 뜻을 함께했던 김중로 의원은 이날 제명 후 미래통합당에 입당한다.

최악의 경우 4·15 총선에서 현역 의원 1명(권은희 의원)으로 투표지에서 뒷번호를 받고 선거를 치러야 했던 국민의당은 현역 의원을 6명으로 불리며 기호 4∼5번에 위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박주선·주승용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은 이들에 대한 제명을 의결하기 전 모두발언을 통해 "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 의원만 당에 남겨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큰 바다에서 다시 만나 크게 하나가 되자"며 '아름다운 이별'을 그렸다.

그러나 손 대표가 이날 제명에 대해 '윤리위의 제명 징계'가 없었다며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이별은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될 공산이 커졌다.

바른미래 '무더기 셀프제명'…사실상 '나홀로' 남은 손학규(종합)
손 대표는 이날 오후 제명된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현행 바른미래당 당헌·당규는 정당법 33조에 따라 윤리위원회의 '제명' 징계 의결과 의원총회의 3분의 2 찬성 절차를 모두 거쳐야만 국회의원인 당원을 제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행위는 당헌·당규와 정당법 모두를 위반한 무효행위"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당적 변경 시 탈당으로 간주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 주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손 대표가 이들의 제명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중 당적' 논란도 일 수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사무총장을 중앙선관위에 보내 제명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선관위는 일단 당내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