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진정성 있는 조치' 주시하며 대응할 듯…"고민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경색국면의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재차 밝힘에 따라 북한의 호응 여부가 주목된다.

일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난 한 해 동안 보인 북한의 거친 대남 비난 등으로 당장 긍정적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북한이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고 있는 데다 남북관계를 풀려는 남측 당국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여지는 남아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 대화가 성공하면 남북 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됐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이어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개성과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 연결, 도쿄 올림픽 등 남북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의했다.

특히 이런 정책 전환의 연장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도 기대를 표시했다.

北, 文 대통령 신년사 메시지 호응할까…당장은 어려울 듯
그러나 현재 닫혀있는 남북관계의 문을 열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 조치가 나오지 않고서는 남측에 잔뜩 화가 나 있는 북한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이 말과 문서로 다양한 합의를 이루고도 한미공조 우선 정책에 밀려 전부 휴짓조각이 돼버렸다며 남측 당국과 마주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문 대통령과 남측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불만은 하노이 노딜 이후 절정에 달했고, 김 위원장이 직접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를 언급하며 "우리의 입장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춰야 하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고 남북 교류와 협력에 대한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다양한 합의를 담은 선언을 두 차례나 발표했지만, 타미플루 같은 의약품 지원조차 한미 대북제재 공조로 물거품이 돼 버렸다.

北, 文 대통령 신년사 메시지 호응할까…당장은 어려울 듯
특히 북한은 지난해 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한 문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거부 입장을 밝혀 무산됐다.

중앙통신은 남측 당국이 한미공조를 남북관계보다 우선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북한 지도부의 회의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현재 최고조에 달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파격적인 결단이 나오지 않으면 북한의 대남 회의감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조치를 넘어 그 조치의 실행 가능성을 북한에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 이상 문 대통령의 신년사 대북 제의는 또다시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도 마냥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숙고 끝에 어느 정도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더는 북미에만 한반도 상황을 맡겨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북미 대화와 남북관계 진전의 선순환을 기대하며 선 북미관계 개선에 올인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를 먼저 풀기 위한 조처를 해나가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北, 文 대통령 신년사 메시지 호응할까…당장은 어려울 듯
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미 외교의 장기전을 선언한 만큼 북미 관계의 경색 국면 속에서 남측의 노력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 흐름 등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북한이 여지를 남겨두고 대응할 수도 있다.

최근 북한 대외용 선전매체들에서 문 대통령과 당국을 겨냥한 대남 심리전 차원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중앙TV에서 대남비난을 삼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관계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행동의 예고보다는 유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남측의 진정성 있는 협력 제의에 고민할 것이고 당장 답은 나오지 않더라도 긍정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