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요청을 수락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온 청와대가 중동 정세 급변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미국이 이란의 실질적 2인자였던 군부 실세를 제거한 드론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청와대가 6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한 것도 중동리스크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상임위원이 아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참석을 별도로 지시했다.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교민 안전뿐 아니라 한국 원유 수급의 7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이 자칫 봉쇄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NSC 회의 직후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란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칠 상황을 점검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NSC 회의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들은 회의에서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중동 정세가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임위원들은 산업부 장관으로부터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해 원유 및 가스시장 동향에 대해 보고받고, 중동이 한국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석유·가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파병 검토는 미국과의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미·북 비핵화협상 공조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다. 일부에서는 전투병력 파병은 미루더라도 연락장교 한 명을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 지휘통제부로 파견하는 ‘단계적 참여’ 방안을 고려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이 전쟁불사까지 외치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청와대가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됐다. 교착상태인 미·북 비핵화 협상 촉진을 위해 미국의 파병 요구에 어느 정도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자칫 이란과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막힐 경우 국내 산업계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