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운데)가 29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운데)가 29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미미한 상황이다. 청년 정책 등 각종 총선 전략들이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경닷컴은 보수·진보, 좌·우 각 진영에서 미래 정치를 위해 뛰어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도발적인 우파 청년들의 미래 설계(도.우.미)][청년 진보들과의 기막힌 대담(청.진.기)]를 기획했다. 지속적으로 각 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과 대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순서로는 [청년 진보들과의 기막힌 대담(청.진.기) ③]가 준비됐다. 지난주에는 [도발적인 우파 청년들의 미래 설계(도.우.미) ③上··]가 연재됐다. 다음주에는 [신년특집 도.우.미 vs 청.진.기]가 연재된다.

지난 28일 진행된 세 번째 대담 자리에는 왕복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초대해 청년 진보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현안, 그리고 청년 정치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에 참석하기로 했던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서면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선거법 국면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패스트트랙부터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그리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까지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평가를 부탁드린다.

장 위원장(이하 장) : 지난 4월 24일 당시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었던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이어 지난 27일 '4+1 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국회의원들의 존재 자체가 선거로부터 왔기 때문에 역대로 가장 국회에서 중요했던 문제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패스트트랙부터 4+1 그리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가 '동물 국회', '국회 마비' 등으로 묘사됐다. 그 과정들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각 정당이 어떤 가치들을 우선순위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할 수 있겠다.

신 위원장(이하 신) : 매우 아쉽다. 더 좋은 안이 나올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 선거연령 하향은 큰 성과이지만 다른 내용들을 보면 개혁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민주당이 자신들이 원하는 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 것 같다.

왕 부위원장(이하 왕) : 우스갯소리로 바나나맛 우유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없지는 않다. 선거연령 하향은 오랜 운동의 과정을 거쳤고 어쨌든 부족하지만 연동형이 도입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개혁이라고 해야 할지 정치 개악이라고 해야 할지는 판단이 각자 다를 것이다. 캡이라는 생소한 제도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정치개혁의 방향은 잡혔다고 볼 수는 있다. 피선거권에 대한 연령 하향들도 있다 보니 방향은 일정하게 잡힌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 녹색당을 포함해 선거법 개혁에 힘써온 분들은 조금이라도 성과를 찾았다고 평가를 하고는 있다. 많이 아쉬운 입장이지만 방향이 맞게 간다는 부분에는 공감한다. 원안대로만 갔어도 엄청난 개혁이었다.

: 국회 구조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캡도 한시적이라고 했고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다음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비율이 중요하다. 1대1이나 1.2대1 정도의 비율이 필요하다. 원안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기에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후퇴된 것은 개혁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어쨌든 한시적 안이니까 다음번에는 한 발 더 진보할 것이라고 본다.

: 의원 정수 확대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영국 수준까지 가야한다고 본다. 국민 정서상 어렵다고 본다면 처음 논의됐던 360석 정도의 확대까지는 고민해야 한다.

: 국회 특별활동비 등을 살펴보면 삭감할 것 삭감하고 하면 세비를 동결하고도 380명까지 의원을 늘릴 수 있다. 4급 보좌관도 1명으로 줄이고 회의 참석비 같은 것을 줄여야 한다. 우리는 17만 명에 1명꼴로 의원을 갖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매우 높다. 평균 맞추려면 500명까지는 의원을 늘려야 한다.

: 국민들도 국회의원을 늘려야 도움이 된다.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늘려야 한다. 오히려 특권을 내려놓으려면 의원 수가 늘어야 한다.
왕복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왕복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준연동형 수준으로 그쳐서 아쉽다는 목소리들이 진보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의 비례대표 진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도 하던데 어떻게 바라보는가.

: 100% 연동제를 시행할 경우 결과적으로 총 국회 의석수가 늘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민주적 선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 100% 연동제가 선진화 선거법에 최선책이 아니며 준연동제가 선진화에 반쪽짜리 선거법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 준연동형이 되다 보니 사회적 약자의 비례 진출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다른 정당들도 사회적 약자에게 앞번호를 주지 않는가. 민주당에서 1번에 사회적 약자를 주지 않더라도 정의당 같은 당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앞번호를 주면 국회 입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 사회적 약자라는 것도 여러 조건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비례 명부를 어떻게 짤지의 문제라고 본다. 이전까지는 사회적 약자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다양한 국회를 만들 수 있게 하려던 것 아닌가. 근데 당내에서 역할을 했던 사람에게 비례대표를 줬던 과오를 생각해야 한다.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몇몇 언론에서는 민주당이 '이남자(20대 남성)' 진영의 지지를 위해 첫 인재영입으로 이남자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언론 보도들과는 다르게 여성, 장애인 등의 상징성을 가지는 최혜영 교수가 영입됐다. 어떻게 바라보는가.

: 민주당이 가지는 가치와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젠더 문제와 장애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소외된 주제일 수 있다. 그것을 1호 영입으로서 수면위로 올린 것은 당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전반적으로 20대 남성들이 부동층이 됐다. 정의당도 20대 남성 지지율이 떨어진다. 20대 여성들은 강남역 살인 사건 국면들을 거치면서 여성으로서의 정치적 참여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 왔다. 20대 남성들은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얻는 게 없다는 이야기만 했지 무언가 대변되지 않는 사람들의 위치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부동층을 잡아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보니 민주당도 자연스럽게 전략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것 같다.

: 이남자와 '이여자(20대 여성)'이 그렇게 다른가 싶다. 한 언론사에서 올해 초 대규모 설문 조사를 했었다. 다른 세대들과 20대 남성의 특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것만 보더라도 지금 20대 남성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특정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페미니즘 때문에 20대 남성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지 않은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20대 남성 지지율의 하락 요인이 20대 여성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이 새로운 의제들에 대한 파악을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 촬영물이나 폭력이 자기 삶을 뒤흔들만한 의제로 다가오는데 이전 정치권이 보기에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20대 여성 표는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 민주당은 20대 여성들을 이제 자기표라 생각하고 20대 남성만 공략하자는 생각이 있어 보인다. 20대 여성들은 민감하게 많은 문제를 받아들인다. 기존의 정치권, 거대 양당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문제들을 별거 아닌 것처럼 취급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 민주당도 간을 봤을 것 같다. 남성의 표와 여성의 표를 두고 간을 봤지 싶다. 새로운보수당은 워마드를 없애겠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남성의 표에 많이 기운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1호로 최 교수를 영입한 것 같다. 오히려 영입을 잘했다고 느껴졌다.

: 언론 보도가 처음 나올 때 청년의 기본값을 남성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최 교수의 영입은 신의 한 수 아니었다 싶었다.

: 물론 청년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이분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서사가 민주당 영입 1호라고 밝히기 좋은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론 청년으로 보기 어려워서 안타깝기는 하다. 당에서 오랜 생활 활동해 온 청년들은 배제되고 외부에서 픽업된 것도 아쉽다.

: 생물학적 연령으로는 청년이 아닌 것이 맞다. 자만 장애를 갖고 청년기를 살아온 서사가 힘 있는 메시지로 나타난다고 본다. 기자회견문 자체도 굉장히 잘 썼다. 분명하고 진지하고 솔직했다. 장애를 갖고 청년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떠한 시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어떠한 정치를 하고 싶은지도 명확하게 보여줬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왕복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왼쪽부터)이 정치 현안과 청년 정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왕복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왼쪽부터)이 정치 현안과 청년 정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민주당 역시 이남자 지지층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보니 위와 같은 언론 보도들이 나온 것 같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남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하고 20대 여성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가.

: 물론이다. 그래서 29일 인재영입 2호로 영입한 사람이 바로 이남자 원종건 씨다. 앞서 말했든 인재영입은 당의 가치와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견이다. 이에 당은 국민의 여론과 당의 가치를 함께 포용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 선택지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 정의당도 마찬가지고 20대 여성의 지지율이 더 높은 것이 실제다.

: 녹색당도 마찬가지다.

: 20대 남성보다 여성이 삶의 문제를 맞닥트리면서 조금 더 빠르게 정치적인 입장과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 아닐까 싶다. 20대 여성들이 전반적으로 웬만한 당에서는 지지율이 높다. 새보수당처럼 대놓고 남성에 기울지 않는 이상 말이다.

※ 다음 내용은 [청년 진보들과의 기막힌 대담(청.진.기) ③-下]에서 이어집니다.
※ 다음 주에는 [신년특집 도.우.미 vs 청.진.기]가 연재됩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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