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비핵화 협상판…北 '새로운 길' 따라 한반도 정세 불확실
한일, 강제징용 씨름 속 곳곳이 '지뢰밭'…한미 방위비 마찰 우려
[2020전망] 북핵·한일·동맹까지 '첩첩'…외교난제 풀 '실마리' 찾아야
흔들리는 북한 비핵화 협상판, 벼랑 끝까지 갔다가 겨우 한숨을 돌린 한일 관계, 상처를 입은 한미 동맹. 2019년을 마감하는 한국 외교의 풍경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한국 외교가 쉬웠던 적은 한 해도 없었지만, 내년은 첩첩이 쌓인 난제 속에서 한층 더 험난한 해가 되리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임박한 과제는 불확실한 한반도 정세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하던 북미 협상은 2·28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뒤 동력을 잃었다.

지난 6월 남북미 정상의 '깜짝' 판문점 만남과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도 진전이 없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미·대남 비난을 지속하며 군사적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변국과 협의를 통해 비핵화 협상판이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진정한 비핵화가 물 건너가지 않도록 대화 국면이 계속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한국이 핵 문제에서 '국외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전망] 북핵·한일·동맹까지 '첩첩'…외교난제 풀 '실마리' 찾아야
지난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유예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재검토 합의를 계기로 개선을 모색 중인 한일관계도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15개월 만에 마주 앉은 양국 정상이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에 공감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역사를 고리로 경제·안보에서도 복합적인 갈등을 겪어온 양국 관계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가장 뇌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다.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문희상 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양국 모두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화가 계속되는 중에도 양국이 언제든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일본군 위안부 합의 논란, 도쿄올림픽 욱일기 사용,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등 양국 관계를 요동치게 할 요인이 많다.

기미야 다다시 일본 도쿄대 교수는 지난 17일 한일기자교류프로그램차 도쿄를 찾은 외교부 기자단에게 "양국 정부 모두 (장악력이) 갈수록 약해지면서 타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국민에게 인기 없는 정책을 하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0전망] 북핵·한일·동맹까지 '첩첩'…외교난제 풀 '실마리' 찾아야
한미동맹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협상을 이어갈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당장의 숙제다.

재선 레이스에서 과시할 '치적'이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분담금 인상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양국 간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이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불만 표출이 몇 달 간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가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점도 부담이다.

수년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겪은 중국과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방한 계기 한한령(限韓令ㆍ한류 금지령)의 완전한 해제를 통해 관계의 정상 궤도 복귀를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화웨이 규제, 동북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민감한 현안마다 어떻게 적절히 균형을 잡을 것인가도 난제다.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최근 '2020 아산국제정세 전망' 간담회에서 "한국은 주변국에 모순되는 듯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북한과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미·일과 군사 공조로 강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미국의 핵우산 포함 전략 자산을 활용하며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0전망] 북핵·한일·동맹까지 '첩첩'…외교난제 풀 '실마리' 찾아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