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첫 수출규제 완화 조치에 "일부 진전이나 근본 해결에는 미흡"
'문제 해결 의지'에 의미 부여…'7월 1일 이전으로 돌아가야' 원칙은 불변
대화의지 비친 日…靑 '미흡' 판단 속 정상회담 성과 '기대감'
오는 24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규제 일부를 완화하자 청와대 내에서는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본이 지난 7월 이후 취한 수출규제 중 극히 일부만 미미하게 완화한 것에 불과하지만, 15개월 만에 이뤄지는 한일 정상회담을 불과 나흘 앞두고 내려진 전격적인 조치인 만큼 한일 정상의 만남 후 추가적인 진전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일 한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를 특정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하는 포괄허가취급요령 일부 개정령을 공시했다.

지난 7월 포토레지스트와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에 대해 일반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하는 수출규체 조처를 한 뒤 나온 규제완화 조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취한 것으로, 일부 진전이라고 볼 수 있으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으로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일부 진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청와대가 이번 조치를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의지로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국내 여론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했겠으나 일부 수출완화 조치를 취한 만큼 이를 계기로 뭔가 더 풀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추가적인 수출규제 완화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한일관계가 정상화하려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물론,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로 복귀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일관된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종료하려다 이를 '조건부 종료 연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22일 지소미아의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을 발표하면서 "7월 1일 이전 상황으로 복귀해야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산성은 7월 1일 3개 품목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8월 7일에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공포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첫 수출규제 완화 조치는 한국 정부의 요구와 비교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어서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섣불리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라는 점에서 향후 한일 간 대화에서 일본이 이 문제를 이슈화한다면 한일관계 복원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 완화와 관련한 개정령이 즉시 시행되는 것과 달리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귀는 일본의 법령 개정이 필요한 만큼 지소미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은 결국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