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美국방, 훈련 추가 조정 가능성 시사…北국무위 담화 답변 모양새
"북핵 실무협상 임하려는 미측 의지 반영"

미국이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응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면서 1개월 넘게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실무협상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한미 안보협의회(SCM) 등 참석을 위한 방한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진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은 정치적 합의를 통하는 것"이라면서 "외교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 발언은 북한이 13일 밤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한미군사연습을 계속할 경우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경고하고 몇 시간 뒤 나와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답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뒤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의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선결 조건의 하나다.

한미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대체해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북한은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에 이어 최고정책지도기관인 국무위 대변인 담화까지 내면서 계속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가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에스퍼 장관 발언은 지난 6일(현지시간) 권 순회대사 발언을 접한 뒤 "우리는 북한의 분노에 기반해 훈련을 시행하거나 규모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의 언급과 차이가 있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를 두고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사실상 멈춰선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을 되살리려는 제스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는 북한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사이에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에스퍼 장관 발언은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에 미측이 답변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핵 실무협상에 임하려는 미측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장 에스퍼 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이 주재하는 15일 SCM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어떻게 논의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기획본부장은 '세종논평'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나오는 것을 조건으로 미 행정부와 한미연합훈련의 잠정 중단 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