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의 해묵은 논쟁, 정부 '부정적 견해'에도 세종시 '추진'
범도민비대위·충북도 "정권퇴진 운동 전개…모든 수단 동원 신설 저지"

KTX 오송역을 '지역발전의 랜드마크'로 삼았던 충북도가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하다.

KTX 세종역 신설 논란 종지부 언제?…선거 때마다 '뜨거운 감자'
지난달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대전시·세종시 국정감사 때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과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KTX 세종역 신설 추진을 당부하면서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같은 달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세종역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충북에서는 세종역 신설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가 민주당 정권 퇴진·심판 운동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키웠고, 충북도 역시 강력 저지 입장을 표명했다.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충청권 내 이런 갈등은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 6년 넘게 이어지는 논란…선거 때마다 '뜨거운 감자'
'KTX 세종역'이라는 용어가 충청권의 핫이슈로 부상한 때는 2013년 2월이다.

KTX 세종역 신설 논란 종지부 언제?…선거 때마다 '뜨거운 감자'
국토교통부가 '제2차 국가철도망계획'을 수정, 세종역 신설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사실이 아니었다.

국토부는 "세종역이나 KTX 노선 신설 문제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논란의 종지부가 찍히는 듯했지만, 이 소문은 2014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쏘시개가 됐다.

충남·대전지역 출마 예정자들이 너도나도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놨고, 세종시는 한술 더 떠 '2030 도시기본계획'에 국가기간철도망인 KTX 역사 신설 추진 내용을 포함했다.

국토부는 재차 "세종역 신설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 진화에 나섰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논란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히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세종역 신설 문제가 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발전 공약 중 하나로 KTX 세종역 신설을 제시하면서다.

민주당을 탈당한 후 출마했던 이해찬 현 민주당 대표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KTX가 비둘기호가 된다"의 여론이 불거졌지만 이 대표는 당시 "장기적으로 신도시권에서 50만명, 대전 유성·대덕구에서 50만명의 수요가 있다"며 세종역 신설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총선 후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그해 8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세종역 신설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이듬해 5월 비용편익분석(B/C)이 0.59로 극히 낮게 나오면서 논란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귀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직후 이 대표의 세종역 신설 재추진 발언이 나왔고,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충북도 결사반대…"저속철 우려, 오송역 위상 약화"
KTX 오송역은 2010년 11월 1일 개통됐지만, 그 이전부터 '세종시 관문역'으로 불렸다.

KTX 세종역 신설 논란 종지부 언제?…선거 때마다 '뜨거운 감자'
2006년 7월 확정된 세종시 건설 기본계획에 'KTX 오송역을 세종시 관문역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다.

오송역 이용객은 매년 급증했다.

2014년 291만2천39명에서 이듬해 411만5천81명으로 껑충 뛰었다.

그 이후 매년 100만명 이상 늘었고, 지난해 이용객은 764만9473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세종역이 신설되면 오송역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초미니 구간'이 탄생하면서 KTX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KTX 오송역과 공주역 구간은 44㎞로 불과 14분 거리이다.

이 구간 사이에 세종역이 들어서면 공주역∼세종역, 세종역∼오송역의 거리는 각 22㎞로 반분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고속철도 적정 역 간 거리인 57㎞의 절반도 안 된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세종역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세종시 건설 당시 오송역을 세종시 관문역으로 한다는 충청권 합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 세종역 신설 가능할까…정부 "계획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세종역 신설 문제는 충청권의 핫이슈로 또 한 번 부상했다.

KTX 세종역 신설 논란 종지부 언제?…선거 때마다 '뜨거운 감자'
대선 주자들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그에 맞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종역 신설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2017년 4월 청주에서 유세하면서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와 충남·북, 대전시 단체장 합의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종역 신설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같은 달 세종 경유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모임에서 "세종역 신설은 없다"고 단언했다.

충북도는 이런 발언을 근거로 세종역 신설 문제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치단체 한 곳이 반대한다면 성사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송역 신설 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확고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 한 정치권과 충청권을 달굴 뜨거운 이슈로 한동안 더 굴러갈 공산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