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내하기 힘든 팽창예산…경로당짓고 이름만 SOC, 부양효과 없는 투자 너무 많아"
"재정건전성 상대적으로 건전하다지만 실제 국가채무비율 70∼80% 될 수도"
"패스트트랙 법안-예산 심사 연계 시 혼란"…"밀실심사 '소소위' 운영 안한다"
[일문일답] 김재원 "총선용 선심예산 과감히 삭감…日대응 예산은 적극지원"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이른바 '슈퍼예산'으로 불리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우리 재정으로 감내하기 힘든 수준의 팽창예산"이라고 규정하고 "경기 부양 효과가 별로 없는 일에 투자가 너무 많다"며 '현미경 심사'를 통해 선심성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아닌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 항목이 많다"면서 이같이 밝히고 "국채로 60조원을 발행해 예산에 투입한다 한들 그만큼의 효과가 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협상과 관련해 "예산과 연계되면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다"며 "타협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정부가 제출한 513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총평은.
▲ 우리 정부의 재정 규모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팽창 예산이다.

법인세, 양도소득세 등 주된 세입원이 가라앉고 있어 세수추계가 생각보다 잘못됐을 수 있다.

실제 재정투입 분야를 보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아닌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 항목이 많다.

궁극적으로 후손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그만큼 세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이라고 했다.

▲ 정부 부채는 국가 신인도 등을 고려해 실제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부채를 상당부분 제외한 채 산정된다.

예컨대 공기업 부채가 그렇고, 국민연금도 악성 부채다.

2030년을 넘어가면 적립금이 바닥날 수 있다.

늘어만 가는 공무원들의 연금도 모두 국가 부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이 가이드라인인 (GDP 대비) 40%를 지켰고,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국가부채는 70∼80%에 이를 수 있다.

-- 경기가 어려울 때는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 사회 전체에 자본이 부족했던 시기의 주장이다.

현재는 자본이 충분하다.

기업마다 현금을 사내에 유보하고 있다.

투자하려 해도 노동시장 문제,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예를 들어 '생활 SOC'라는 이름을 붙여 체육관, 도서관, 경로당을 짓는 경우가 많다.

민원사업 해결에 SOC이라는 이름만 붙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짓고 나면 운영비만 세금으로 들어간다.

경기 부양 효과가 별로 없는 일에 투자가 너무 많다.

-- 확장 재정의 경기 마중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인가.

▲ 국채로 60조원을 발행해 예산에 투입한다 한들 그만큼의 효과가 날지 의문이다.

선심성 퍼주기 예산에 넣어버리면 큰 문제다.

어르신들에게 2시간 일하고 20만원을 주는 일자리가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효과가 있겠느냐.
-- 20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사다.

원칙이 무엇인가.

▲ 심사 기간이 아주 촉박하지만 시일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다.

심사기간을 당기려고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곧바로 예산안 공청회를 열었다.

2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나는 대로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참석을 위해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오기 때문이다.

또한 6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액을 최대한 줄일 것이다.

그러려면 큰 폭의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

마지막으로 확장재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그리고 내년 총선 전략 차원에서 올려놓은 정권홍보용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할 것이다.

국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여론몰이용 예산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

-- 특별히 현미경 심사를 할 사업이 있다면.
▲ 공무원 증원은 특히 통제가 필요하다.

지방 인구는 줄어가는 데 공무원만 늘고 있다.

어떤 곳은 연 5∼10명을 채용하던 게 70∼80명으로 늘어 직원들이 할 일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앉을 공간이 없다.

시·군 모두 중심가 상가는 비었는데 시청, 군청은 앉을 자리가 없어 바깥으로 나가 청사를 만든다.

이런 식의 정부 운영은 전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 현재 국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문제가 있어 예산 심사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예산과 연계되면 너무 혼란스러울 거 같다.

타협하고 협력해야 한다,
-- 예산심사 때마다 소소(小小)위가 등장해 '밀실 심사'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 생각은.
▲ 과거엔 소소위가 호텔 방에 숨어서 몰래 심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소위는 운영하지 않을 것이다.

소소위 인원이 웬만한 상임위만큼 늘어나면서 심사 속도가 붙지 않는 측면이 있다.

심사가 더디다면 지난 추경 때처럼 '위원장·간사 회의'를 통해 협의하겠다.

-- 예결위 산하 '일본무역분쟁대응 소위원회'가 이번 심사에서 할 역할은.
▲ 어제 소위 위원들이 일본으로 시찰을 떠났다.

국내 실태와 일본 관련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이번에 2조원 이상 편성된 일본 무역 분쟁 관련 예산을 심사할 때 소위 활동 내용을 참고할 것이다.

여야 전부 합의해 가능하면 일본 무역 분쟁 관련 예산은 한 푼도 깎지 말고 해주자고 하고 싶다.

진짜 헛돈이 보이면 모르겠으나 큰 문제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21대 국회에서 개선돼야 할 예산심사의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면.
▲ 국정감사 제도가 생기면서 정기국회 중 국감을 열게 됐지만, 헌법상 정기국회 기간(100일)은 그대로다.

그만큼 예산심사 기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적 한계다.

정쟁이 될 만큼 한쪽이 일방적으로 특정한 주장을 밀어붙일 경우 중단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