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의 '北 불량행동' 발언 반박 담화…崔 "북미실무협상 더 어려워져"
"美, 우리의 인내심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北최선희 "북미대화 기대 점점 소실…모든 조치 재검토할 상황"(종합2보)
북한은 31일 대미협상 핵심인물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북미 실무협상 개최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미국은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북한의 불량행동'을 거론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는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실험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담화는 리용호 외무상의 지난 23일 담화에 이어 일주일 여만에 또 다른 대미 외교 요인인 최 제1부상이 폼페이오 장관 비난과 대미 경고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담화에서 최 제1부상은 "폼페오(폼페이오)가 '불량행동'이라는 딱지까지 붙여가며 우리를 심히 모독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며 "폼페오의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되여 있는 조미(북미)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하였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이 문제삼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재향군인회 '아메리칸 리전' 행사 연설때 나왔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은 "미국의 외교수장이 이런 무모한 발언을 한 배경이 매우 궁금하며 무슨 계산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이라며 "끔찍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거든 미국은 우리를 걸고 드는 발언들로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료 이후 북미 정상 간 약속했던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이 다시 한번 대화 교착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담화를 낸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북한의 대미협상 실무 총책임자 격인 최 제1부상의 담화라는 점에서 북미협상 재개에 앞서 좀 더 시간을 벌면서 미국의 대북협상 셈법 변화를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제재 장기화 국면 등에 대해 꾸준히 미국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지만, 최근 부쩍 그 내용과 형식 면에서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이다.

그동안 북한은 주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나 대변인 명의의 담화나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미국을 비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담화를 낸 최선희는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부상'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차관급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국무위원회에 진입할 만큼 '김정은 2기' 내 남다른 정치적 위상을 뽐내온 인물이다.

김정은의 '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이다.

또 앞서 지난 23일에는 그의 상관이자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카운터파트라고 할 수 있는 리용호 외무상도 담화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을 직접 비난했다.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조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며 "미국 외교의 독초"라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하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미외교를 총괄하는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이처럼 노골적인 '불만 표시'를 이어감에 따라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종료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북미실무협상 재개에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北최선희 "북미대화 기대 점점 소실…모든 조치 재검토할 상황"(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