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방한 중 정의용·강경화 등과 방위비 분담금 논의
美, 지난해부터 '글로벌 리뷰' 진행…한미, 곧 11차 협상 들어갈 듯
美, 방위비분담금 새 원칙 통보 임박…증액 압박 관측
한미가 2020년 이후에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조만간 착수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논의한 만큼 미국이 새로운 미군 방위비 분담금 원칙 수립을 마무리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25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글로벌 리뷰가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만간 검토를 마무리하고 한국 등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파병 미군의 주둔비용을 주둔국과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정하고자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리뷰'를 진행해왔다.

미국이 마련할 새 원칙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 등 동맹국의 부담을 크게 높이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한미는 지난 3월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작년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으로 정하는 내용의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서명했다.

통상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3∼5년 단위로 체결되는데 당시 유효기간은 올해 1년이었다.

미국이 새 방위비 분담 원칙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유효기간 1년을 고집한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미국이 동맹국 방위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한국 등 동맹국들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말 방위비 문제를 두고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우리는 더는 호구(suckers)가 아니다"라는 노골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도 유세 도중 "매우 위험한 영토를 지키느라 우리가 많은 돈을 쓰는 나라가 있다"고 방위비 인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 발언과 서면자료 등에서 "나는 우리의 동맹들과 파트너들이 공동의 안보에 좀 더 공평하게 기여하도록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서명 직후에는 미국이 해외 미군의 주둔비용 전부를 주둔국에 넘기고 여기에 50%의 프리미엄까지 요구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보도도 있었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 정도인 1조389억원임을 고려하면, 미국의 요구가 지금의 3배인 3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당시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의 요구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거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그간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제공을 위해서 합리적 수준의 비용 부담을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번엔 상당한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부 내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만간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비해 협상 대표를 선임하는 등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으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