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단독 방한한다. 볼턴 보좌관은 CNN에서 '전쟁을 속삭이는 자'라고 평가를 내렸을 만큼 대북 강경론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21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이 23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서울에서 볼턴 보좌관을 만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행 강화 방안 등 주요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단독 방한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처음이다. 이미 미국 현지시간으로 20일 출국한 볼턴 보좌관은 일본에 먼저 들른 뒤 방한할 예정이다. 방한 기간 동안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도 면담한다.

앞서 개럿 마퀴스 미 NSC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볼턴 보좌관이 중요한 동맹국들 및 우방들과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오늘 일본과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썼다.

백악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볼턴 보좌관의 한일 양국 방문이 한일 갈등사태 해결에도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두 나라를 동시 방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갈등의 중재 역할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일 정상이 모두 원한다면 관여할 것"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여지를 남긴 바 있다. 다만 '한일 정상이 원하면'이란 단서를 달아 직접적인 관여보단 두 나라가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지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방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의 한일 양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일 3자 고위급 회동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부산을 찾아 정 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3자 회동을 하려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사태가 격화하면서 취소됐다.

볼턴 보좌관은 한국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선박 보호 연합체와 관련한 한국의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관련 언급이 구체화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 한국을 포함한 자국 주재 외교단을 불러모아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상을 설명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주미대사관 공사급 및 참사관급 인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 실장, 강 장관 등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실무협상 재개 무드를 이어나갈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6·30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실무팀을 2∼3주 내에 꾸려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대화 재개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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