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간담회…"日, 있어서는 안되는 일 벌이고 있어"
"국회 방북단 빠른시일 내 구체화…전향적 北답변 기대"
"'일하는 국회' 증명해야"…윤리특위 재가동 필요성 역설도
문의장 "국회대표단 이달말 방일…초당적 '규제철회' 결의 통보"
문희상 국회의장은 12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해법 마련을 위해 일본 참의원 선거 후인 이달 말 국회 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인 서청원 의원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각 당 대표나 대표성 있는 사람도 한 사람 끼고, 전문가도 같이해 7∼8명 안팎으로 방일단을 구성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 문제는 여야 없이 똑같은 합의선을 가지고 있다"며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9일 이전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통과되면 그 결의안을 갖고 일본 참의원 선거와 지방선거가 12년 만에 겹치는 21일을 지나 이달 말쯤 국회 대표단이 간다는 것은 확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대표단이 가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에 한국 국회의 뜻이 여야 없이 한결같다'고 통보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효율적인 해법을 마련해 접촉하고 최종 마무리는 정상회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교과서적 해법의 정석이지만, 국회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일본이 조금 바람직하지 않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갖고 왈가왈부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본질에 어긋난다"며 직접 비판은 자제했다.

다만 "이낙연 총리가 '근거 없이 경제보복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에 이의제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정말 애국자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문 의장은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해법으로 구상하는 기금조성 방안에 대해 "'1+1'(한국 기업+일본 기업 참여)안이 정부안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상의 진전된 안은 없다고 어제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신문을 보니 '1+1+α'(한국 기업+일본 기업+한국 정부 참여) 이야기가 나오는 데 현재로서는 합의되거나 정리된 정부안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며 "이런 '1+1+α' 전략 같은 대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국회 차원에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도 "지금 상황에서 일본에 특사를 보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실무진들이 협상을 하고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양국 정상이 만나서 푸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4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때 5당 대표단과 같이 가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의장은 간담회에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성과를 언급하면서 "북미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도 북미·남북관계의 병행 발전은 필수적"이라며 "입법부 차원에서도 여건을 만들어 가면서 국회 방북단을 추진할 생각"이라고도 밝혔다.

문 의장은 "지난 8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런 구상을 빠른 시일 안에 구체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정부와도 긴밀히 논의해 공식화하게 되면 북측의 전향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남북 국회 대표단이 접촉한 결과 남북 국회회담의 모멘텀을 확인했다고 소개하면서 "이 모멘텀을 잘 잡아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제안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 의장은 여야 정치권을 향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법을 만드는 일"이라며 "스스로 일하는 국회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국민 신뢰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현 경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여야의 초당적 대응을 촉구하면서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양보하고 협조하며 경쟁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100년 전 우리가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길을 잃은 적이 있고 국권을 상실한 적이 있는데 현 상황도 다르지 않다"며 "진보와 보수, 여와 야 모두가 국익 앞에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협치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문 의장은 활동 기간이 종료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조속한 재가동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아직도 38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소관위원회도 없이 방치된 상태다.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한 처신"이라며 "윤리특위 활동은 자정 노력과 개혁 의지의 리트머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리특위가 재가동하지 못하는 것은) 통탄할 일로, 이런 일이 계속되면 국민소환제 등 국민의 불신임을 받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날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 총리 추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자신의 제안과 관련, "20대 국회에서 꼭 개헌이 됐으면 한다"며 "끝까지 개헌의 필요성과 대안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의장은 지난 1년의 임기에 대해 "강도 높은 국회 개혁을 추진해왔다"며 특수활동비 폐지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 국면 때"라며 "국회가 다시 '동물국회'화하는 상황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후회와 회한,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국민 볼 낯이 없다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