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韓·日 전략물자 유출 유엔서 검증 받자" 역공
청와대가 12일 일본에 전략물자의 수출 위반 여부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기구를 통해 상호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의 이유로 한국의 전략물자 유출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사진)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 고위 인사들이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불이행을 시사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유감을 밝혔다. 이어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유엔 안보리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국제수출 통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보복 이유로 내세우던 일본이 논리가 궁색해지자 전략물자의 대북 유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처장은 “우리 잘못이 발견되면 사과와 시정조치를 하겠다”며 “그렇지 않다면 일본 정부는 사과는 물론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청와대가 강공으로 전환하면서 양국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가 일본 정부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기구를 통한 상호검증을 제안했지만 내용은 역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와 달리 전략물자의 밀반입 적발 사례를 정부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는 일본 측의 유출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란 자신감도 깔려 있다. 김 사무처장이 공개적으로 “일본은 4대 국제통제제도를 투명히 운영하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고 되물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 측이 ‘전략물자가 한국에서 불법 수출된 사례가 지난 4년간 156건 적발됐다’며 공세 근거로 삼은 통계에 대해서도 “일부 민간기업이 정부 통제를 조금이라도 위반하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며 “해당 통계는 우리 정부가 규범을 철저하게 이행함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상호검증을 수용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 단독으로 국제기구 검증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열어두고 있다.

일본의 제안 거부 자체만으로 국제사회 여론전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만 단독 국제 검증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 부당성을 더욱 극적으로 호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러시아 수입 가능성과 관련, “러시아 정부로부터 그런 내용을 전달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