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3주간 실무팀 구성해 협상"…'톱다운' 외교로 교착국면에 돌파구
하노이회담 이견 토대 생산적 논의 기대…결실보면 워싱턴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美, 폼페이오-비건 라인업 유지…北협상팀 면모 관심·최선희가 지휘할 듯
[남북미 판문점 회동] 北美 곧 실무협상 재개…실질 진전 기대감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전격 회동하면서 교착상태가 이어지던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돌파구가 마련됐다.

북미 정상이 친서 교환을 통해 보여줬던 신뢰를 판문점 '번개 회동'을 통해 전 세계에 과시하면서 지금까지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온 '톱다운' 정상 외교의 동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특히 북미는 실무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하겠다"면서 "앞으로 많은 복잡한 많은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북미 정상의 비무장지대(DMZ) 만남 가능성이 제기될 때만 해도 북미 정상이 정전 66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에서 만난다는 역사적 상징성과는 별개로 비핵화 협상의 실질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았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단발성 '쇼'가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북미 정상이 사실상 3차 정상회담으로 여길 수 있을 만큼 예상보다 훨씬 긴 1시간 가까이 대면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실무협상 재개에까지 합의하면서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지부진하던 비핵화 여정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北美 곧 실무협상 재개…실질 진전 기대감 커져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극히 미온적이었다.

지난 27일에도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 자세가 제대로 되어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실무협상을 하려면 미국이 비핵화 방식에 대해 지금의 일괄타결에 가까운 빅딜론에서 물러나 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여야 하며, 협상 대표도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실무협상에 나오는 데 있어 별다른 조건들을 내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의 만남으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복원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북한도 더는 실무협상에 조건 없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된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가 워낙 현격했던 터라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거둘지 장담하기 힘들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의 정의와 로드맵 작성, 모든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사실상의 제재해제를 맞바꾸려는 전략으로 나오면서 결렬됐다.

미국은 우선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단계에 합의한 뒤 이행도 큰 단위로 나눠 속도감 있게 이행하자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단계적 합의와 병행적 이행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며 비핵화뿐 아니라 북미관계의 정상화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겠다는 점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해 북한의 '단계적 합의'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깐깐하게 임할 것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며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두르면 항상 실패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제재완화에 대해선 "언젠가는 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해제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지금까지의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 기조에서는 다소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미 간에 비핵화에 있어 이견이 워낙 커서 실무협상이 열린다 해도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北美 곧 실무협상 재개…실질 진전 기대감 커져
협상 전망을 낙관하긴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북미는 앞으로 협상에서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한 서로의 입장을 바탕으로 보다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란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6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외 통신사들과의 서면인터뷰에서 "하노이 회담을 통해 북미 양국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협상 테이블에 모두 올려놓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이 다음 단계 협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미 정상의 의지는 앞으로도 강력한 협상 동력이 될 전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뒤 "앞으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앞으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협상에 북한에서 누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협상팀을 지금처럼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가 이끌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북한 협상팀의 면면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그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가 각각 고위급 및 실무대표로 나섰지만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둘은 이날 북미 판문점회동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할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누구일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위상이 최근 크게 높아져 그가 직접 실무협상에 나오기보다는 최 제1부상의 지휘를 받는 외무성 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 소식통은 "실무협상에 누가 나오든 실질적인 영향력은 최선희 제1부상이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무협상이 결실을 본다면 차기 북미정상회담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김 위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