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육군은 미래사령부를 텍사스 오스틴대에 설치했다. 차세대 전투차량, 장거리 정밀 유도탄의 개발·배치 등 군 현대화 계획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전자유도로 탄환을 가속 발사하는 전자포 등 신형 무기와 경량 장갑차, 장거리 미사일, 수직 이착륙기 개발 등 미래전에 활용되는 무기들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조직이 부대 밖에 설치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예외적 상황이 가능했던 건 미래무기 개발에 대학과 산업계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재원 KAIST 안보융합연구원 교수는 “미군은 미래전에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은 민간에서 나올 것이라고 보고 부대 밖 교류를 중시하고 있다”며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4조원 가까운 예산을 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미래 기술을 발굴해내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례처럼 세계 각국이 미래전에 대비하고 있다. 군 내부 자체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 대학, 연구소 등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육군은 지난 1월 교육사령부 산하에 인공지능(AI) 연구발전처를 창설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군사 혁신이 목표다. 3월에는 교육사의 AI협업센터를 KAIST에 설치했다. 군 관련 연구기관이 민간대학에 개설된 건 이곳이 처음이다. 육군은 이를 통해 미래전 적용을 위해 AI 분야 군 운용개념부터 체계적인 정립을 시작했다. 산·학·연의 AI 기술을 어느 정도까지 군사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도 논의하고 있다. 군 전력 창출 소요를 토대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AI 관련 기술을 살필 계획이다.

육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 7월 육군의 미래 청사진을 설계할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를 발족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미래혁신연구센터 연구인력은 현역, 군무원, 예비역으로 구성된 미래혁신 전문가 20명과 박사학위를 가진 200여 명의 객원연구원으로 구성했다. 지난 4월에는 육군미래혁신센터장 자리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 출신인 배태민 전 국립중앙과학관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중국도 군사분야에 AI를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 대회에서 ‘AI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한 경제·사회·군사 영역의 인공 지능화’를 공식화하면서다. 중국은 2035년까지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1세기 중반에 ‘세계 일류 군대의 전면적 건설’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중국은 군사 지능화가 미래전의 핵심이라 보고 있다. 이미 AI와 무인시스템과 관련한 주요 연구소 두 곳을 설립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도 AI로 대표되는 미래전의 가능한 시나리오를 소개하는 등 AI 군사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해방군보는 작년 11월 적의 목표물을 탐지해 자동으로 공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드론’을 소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중국은 AI 기술을 활용한 첨단무기 개발에 그치지 않고 AI를 군사전략이나 작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1월 해방군보에는 AI를 활용한 ‘알고리즘 게임’ 개념이 소개되기도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