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부차관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 일축하며 언급
美당국자 "해상순항미사일로 동북아에 핵억지력 제공가능"
미국 정부 당국자가 한국으로의 전술핵 재배치론을 일축하며,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통해 한국, 일본 등에 대북 핵 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피터 판타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반도 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는 더는 그것(전술핵)들을 전개하지도, 갖고 있지도 않다"면서 "현시점에서 우리가 실제 논의 중인 가장 작은 것은 해상 순항미사일"이라고 밝혔다.

판타 부차관보는 "우리가 해상 순항미사일을 검토,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핵무기의 전구(戰區) 간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즉 "전략이 아닌 전구 무기이지만, 역내(통상 동북아 지역)에 확장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상 순항 미사일의 최대 장점은 상대가 미사일이 자신의 해안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을 일축하는 맥락에서 나온 판타 부차관보의 발언은 타격 가능권이 전술무기와 전략무기의 중간 수준인 '전구무기'에 해당하는 해상 순항 미사일로도 미국이 역내 동맹국인 한국, 일본 등에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해군 장교 출신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반도 인근 해역을 포함하는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7함대의 함정과 잠수함에 이미 배치돼 있는 사정 2천km 대의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 미사일로 충분히 한국에 핵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군이 굳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필요가 없음을 역설하는 동시에,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으로 전개하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중거리 타격수단인 해상 순항미사일로 한국 등에 핵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술핵은 국지전에서 군사목표를 파괴할 목적으로 개발한 소형 핵무기로, 1958년 한반도에 처음 배치됐으나 냉전종식 이후인 1991년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판타 부차관보는 이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논의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자 "미국이 더 확증적·확장적인 억지력을 제공하면 세상의 (핵)확산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고 VOA는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동맹국들(의 핵무장)이 아닌, (핵)기술의 확산 그 자체"라고 강조하며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아시아권 전반의 연쇄적 핵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타 부차관보는 미 국방부는 북핵 위협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열고 공격과 방어의 양 측면을 포괄하는 '통합 방위'의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거듭 "미국은 핵 억지력과 미사일 방어 체계 모두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같은 통합방위체계 역량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고, 일부는 실험 단계를 넘어서 아주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