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北美, 기존입장 확인하되 상대자극 피해
한미정상회담서 대화동력 공급시 文대통령 '촉진자 외교' 탄력 예상
美 '제재 여지'·北 경제총력노선 강조…대화불씨 살려낼까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여부에 분수령이 될 4·11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간 '간접대화'에 이목이 쏠린다.

기존의 대미, 대북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협상의 흐름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메시지 교환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첫 대의원 회의를 앞두고 소집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하지 않은 채 자력갱생을 누차 강조했다.

또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대북 제재해제에 있어서 '여지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노 딜'로 끝난 제2차 북미정상회담(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천명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협상의 판을 깨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양측 메시지에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며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이 11일 전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일부 철거한 동창리 미사일 시설을 최근 복구했다는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김 위원장의 당 전원회의 발언에서는 도발 가능성을 짐작할만한 대목이 없었고,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대미 경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북한 주재 외교관들과 외신기자들을 불러놓고 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과 그 어떤 타협도 할 생각이 없으며 이번과 같은 협상은 더더욱 할 의욕이 없다"며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노선을 이어가겠다는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
美 '제재 여지'·北 경제총력노선 강조…대화불씨 살려낼까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의 2020 회계연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되어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의원의 질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특수한 경우가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기에 올바른 일이라고 여겨지는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경우"라고 부연했는데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인 진전을 한다면 부분적인 제재해제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핵심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해 1차적으로 미국의 독자제재 해제를 협상 카드화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북한은 미국의 제재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양측에서 이날 나온 발언에는 대화 기조에서 역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가 읽혔다.

특히 양측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시점이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할 무렵에 나온 것이라서 더욱 주목된다.

북미가 주고받은 이번 메시지가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올 대북 메시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이 만나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협상에 들어갈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할 수 없겠지만,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이라는 방법론에 미국의 동의를 확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에서 나오는 메시지 톤을 봤을 때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아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지 않았고, 미국도 판을 완전히 엎어버릴 생각은 없는 것 같아서 한국이 중간에 얼마나 중재하느냐가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최 실장은 "청와대가 이야기하는 '조기 수확', '충분히 좋은 거래'라는 게 프레임만 있고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북미가 채워나가도록 남겨두고 있다"며 "미국이 이 프레임을 일단 수용해야 한국도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영변 플러스 알파(+α)를 내놓을지, 어느 수준까지 제재해제를 원하는지 그 속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내놓을 결과물이 구체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이번에 미국의 의중을 확인하고 북한을 찾아가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이번에 만나 북미대화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게 된다면 문 대통령의 '촉진자' 외교 행보가 다시 바빠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의중을 확인했다면, 북한에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전하며 대북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이 지난해처럼 대북특사를 파견하거나,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지난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을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한 바 있다.

또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인터뷰에서 대북특사를 암시했는데 청와대의 입장은 어떤가'라는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질의에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美 '제재 여지'·北 경제총력노선 강조…대화불씨 살려낼까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