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원도 산불사고를 보도한 재난방송의 부실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강원도 산불 발생과 진화 과정에서 재난 방송주관사인 KBS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9일 “이번 산불을 계기로 재난방송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됐다”며 개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송사, 특히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국민과 재난 지역 주민이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상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요령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재난방송 매뉴얼을 비롯해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강원도 산불 관계장관회의에서 미흡한 재난방송을 지적했다. 이 총리는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아쉬워한 것 중 하나가 재난방송”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가 함께 노력해 재난방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지난 4일 밤 강원도 산불로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 주민 4600여 명이 대피하는 동안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방송해 논란을 샀다. 소방당국은 오후 9시44분 대응 최고 수준인 3단계를 발령했지만 KBS의 첫 특보는 오후 10시53분부터 11시5분까지 12분간 방송됐다. 이후 정규방송을 내보낸 뒤 오후 11시25분부터 재난방송 특보 체제로 전환했지만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등은 지원하지 않았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