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 선생 유족, 국회에 기증…"아무도 못 빼앗도록 베개 안에 숨겨"
임시의정원 관인, 고국 품으로…文의장 "대한민국 국새와 같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관인(官印)이 100년 만에 고국 품에 안겼다.

국회는 임시의정원 마지막 의장인 홍진 선생의 유족이 8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임시의정원 관인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 관인은 오늘날 국회 역할을 수행한 임시의정원의 각종 문서에 사용된 공식 도장이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2월 여야 대표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유족들과 만나 임시의정원 관인을 비롯한 중요 기록물 기증을 약속받았다.

문 의장은 유족과의 접견에서 관인 기증에 사의를 표하며 "임시정부의 관인은 대한민국의 국새와 같다.

관인이 어디 가지 못하도록, 꼼짝 못 하도록 잘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기증식에는 홍 선생의 손자며느리인 홍창휴 씨를 비롯해 유족 5명이 참석했다.

홍씨는 관인을 고국에 기증하라는 남편 홍석주 씨의 유언을 지키고자 한국을 찾았다.

유족들은 1973년 미국으로 이주, 46년간 객지 생활을 하고 있다.

홍씨는 남편이 관인을 보관해 온 과정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유학 생활을 하면서도 늘 도장(관인)을 몸에 지녔다"며 "아무도 못 빼앗아 가도록 관인을 베개 안에 숨기고 잠을 잤다.

그렇게 지켰다"고 했다.
임시의정원 관인, 고국 품으로…文의장 "대한민국 국새와 같아"
이에 문 의장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부군께서 이것을 지키려 얼마나 많은 밤을 잠못 주무셨겠느냐"며 "오늘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법관양성소를 만들었고 제1호 검사가 이준 열사, 2호가 홍진 의장이었다"며 "가만히 있으면 부귀영화를 누렸을 분이 모든 걸 버리고 독립운동에 헌신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그런 희생이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의 뿌리가 됐다"며 거듭 감사함을 표했다.

홍씨는 문 의장이 여야 협치를 잘 이끌고 있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홍씨는 "문 의장은 반대당을 포섭하는 능력이 있으시더라. 여야 협치를 잘 이끌고 있어 (미국 교포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있다"면서 "홍진 선생도 독립운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다 포섭하는 지도력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임시정부의 공식 관인은 해방 직후 국내에 들어왔으나 6·25전쟁 당시 분실되어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라며 "현재 확인된 유일한 임시정부 관련 공식 인장은 홍진 선생의 유족이 보유한 임시의정원 관인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임시의정원 관인, 고국 품으로…文의장 "대한민국 국새와 같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