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성산은 민주·정의 단일화 효과…통영·고성은 보수텃밭 확인
여영국 가까스로 승리…'김의겸·인사청문 논란' 文정부에 경고장
황교안 경기장 유세·오세훈 '노회찬 발언' 악재…보수대통합 과제


4·3 보궐선거가 결국 '1대 1'로 끝이 났다.

정의당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성산을, 자유한국당은 이군현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통영·고성을 수성한 것이다.

비록 '미니 보선'이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부산·경남(PK) 민심의 가늠자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선거 열기는 달아올랐고,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들이 속출했다.

특히 진보와 보수진영이 치열하게 맞붙은 창원성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후보 단일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경기장 유세 물의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노회찬 모욕 발언' 논란 등이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고가건물 매입 논란,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를 비롯한 인사청문 정국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과 논란은 이번 보궐선거를 관통했다.
4·3 보선 격전 끝 본전치기…'단일화'·'인사 악재' 영향
◇ 진보진영 단일화 효과…정의당 여영국 후보 '신승'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개표 이후 시종일관 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뒤지다가 막판에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당초 선거 구도가 '민주당 대 한국당 대 정의당'의 3자 구도로 형성됐을 때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강 후보가 근소하지만 여 후보를 앞서고, 그 뒤를 민주당 권민호 후보가 쫓는 형국이었다.

그렇지만 여 후보와 권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민주진보 단일후보인 여 후보가 강 후보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황 대표가 창원 성산에 상주하며, 선거에 올인했지만 결국 후보 단일화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0.54% 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렸는데, 바른미래당 후보가 3.57%, 대한애국당 후보가 0.89%를 득표해 한국당 입장에서는 보수대통합이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4·3 보선 격전 끝 본전치기…'단일화'·'인사 악재' 영향
◇ 한국당, 통영·고성 낙승…보수 텃밭 확인
통영·고성 지역에서 한국당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988년 4월에 치러진 13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30여년 동안 단 한 번도 진보 성향 정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이군현 후보가 무투표 당선되기도 했다.

이번 보선 역시 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한국당 정점식 후보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양 후보가 상당히 따라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선거 결과는 정 후보의 일방적인 압승이었다.

특히 당내 후보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이 정 후보의 경선 승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 상당한 잡음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선거운동 기간 정 후보 측 인사가 지역 신문기자를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이 또한 전체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결국 개표 결과 정 후보는 59.47%를 득표, 35.99%를 득표한 양 후보를 23.48% 포인트 차이로 여유롭게 이겼다.
4·3 보선 격전 끝 본전치기…'단일화'·'인사 악재' 영향
◇ 장관 후보자 낙마에 김의겸 논란까지…문재인 정부에 경고장
진보진영의 '성지'라고 불리는 창원성산에서 후보 단일화까지 이뤄냈는데도 여 후보가 가까스로 승리를 거둠에 따라 정부·여당에 대한 준엄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선거 막판 "여 후보가 민주당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한 상황에서의 '신승'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결과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게다가 민주당 텃밭인 전북 전주시 완산구 라선거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평화당에 패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번 선거에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고가건물 매입 논란은 상당한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주택 마련은 억제하면서 정작 정부 핵심인사는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외유성 출장 의혹, 자녀 편법 증여 의혹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내로남불' 비판도 민심을 악화시켰다.

무엇보다 여 후보가 창원성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데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있다.

창원성산 지역에는 두산중공업 등 원전 관련 업체들이 밀집해 있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근거에서다.
4·3 보선 격전 끝 본전치기…'단일화'·'인사 악재' 영향
◇ 황교안 경기장 유세·오세훈 '노회찬 모욕 발언'…한국당에 악재
선거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경기장 유세 물의가 창원성산에서의 한국당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황 대표가 사과하기는 했지만, '반칙·갑질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선거 하루 전날인 2일 경남FC에 대해 제재금 2천만원의 징계를 내린 사실도 한국당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했다.

당장 잘못은 한국당이 하고, 피해는 경남FC가 봤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돈 받고 목숨 끊은 노회찬 정신을 자랑할 바가 되지 못한다'는 오세훈 전 시장의 선거 유세 발언 역시 한국당의 악재였다.

노 전 의원이 이 지역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노 전 의원을 기리는 이 지역 노동자 계층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4·3 보선 격전 끝 본전치기…'단일화'·'인사 악재' 영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