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출신 중심으로 반발 기류…김관영 "패스트트랙 불발시 사퇴"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발 기류에 김관영 원내대표가 19일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당론 의결이 의무는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기점으로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이날 곧바로 당론 의결을 위한 의총 소집요구서를 제출했으며, 일부는 김 원내대표에 대해 '해당 행위', '징계'까지 언급하고 나서면서 공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저녁 T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해 패스트트랙이 불발되면 저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면서 20일 오전 의총을 소집, 배수진을 쳤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일각에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당론 채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당헌·당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은) 당론을 모으는 절차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당헌·당규의 '당론' 조항에는 '주요 정책, 법안 등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의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현 상황이 당장 법안 처리를 하는 게 아닌 패스트트랙 지정 단계이므로 당론 채택이 필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제와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추진을 반대하는 당내 움직임에 대해서도 "훨씬 더 많은 의원이 패스트트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므로 '다수 입장'을 대변해 일 처리를 하는 게 원내대표의 책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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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바른정당 출신들이 앞다퉈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너무 경솔했다.

당론 결정이 필요한지 여부는 원내대표 독단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당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이므로 최고위와 의총을 바로 소집해 당론 여부에 대해 먼저 확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 소속 의원들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당헌에 적시된 절차도 무시한 채 왜 이렇게 처리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당을 자신의 생각대로 몰고 가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의회민주주의와 당헌·당규를 함께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오늘 원내대표로서 한 말은 당헌에 위배되는 해당 행위"라고 했다.

지 의원은 이날 바른정당 출신 정병국·유승민·이혜훈·유의동·하태경 의원과 국민의당 출신 이언주·김중로 의원까지 8명의 서명을 받은 의총 소집요구서를 김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이들은 선거법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출신 한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들이 다시 한국당에 돌아가려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다당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고 다시 양당제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라며 "지도부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한 인사도 "당론 확정 사항으로 몰고 가서 17명 찬성이 안 되니 부결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전체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저는 누차 최종 협상안이 도출되면 의총에서 추인 절차를 거칠 것임을 밝혔다"며 "다만 패스트트랙 절차에 들어가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당헌에 규정된 '의총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얻어 당론으로 정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생략하거나 소홀히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앞으로도 최고위원회의나 의총을 통해 의견을 모아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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