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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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2년여 만에 풀려난 인도네시아인 여성이 당시 상황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어 주목된다.

12일 CNN인도네시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자카르타 할림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휘말린 경위를 묻는 기자들의 말에 답변을 거부했다.

시티는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귀국을 전후해 주말레이시아 인니 대사관과 인도네시아 외무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사건 경위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형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오랫동안 재판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법한 반응이지만, 사건 관련 언급을 하지 말아 달라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요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비록 석방은 됐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다시 기소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도 이 여성으로 하여금 입을 다물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말레이 검찰은 시티에 대한 공소를 돌연 취소했고, 재판부는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그를 전격 석방했다. 인도네시아 외무부의 랄루 무하맛 이크발 국민보호국장은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것이 아니라 공소만 취소된 것"이라면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다시 기소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끈질긴 외교적 노력 끝에 시티를 석방시킨 인도네시아 정부는 내달 17일 총·대선을 앞두고 이를 중요한 치적 중 하나로 선전할 것으로 보이나, 시티의 입에서 새로운 논란거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티를 석방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북한과도 갈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 남북한 정상을 초청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고, 북한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인도네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시티가 베트남 국적의 공범인 도안 티 흐엉(31·여)을 위해 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보고르궁에서 한 연설에서 처음부터 시티의 무죄를 확신했다면서 "시티는 (김정남을 살해한)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 (살해) 도구로 이용당했다. 그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 검찰은 시티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흐엉에 대해서는 공소를 취소하지 않았다.

흐엉은 말레이 당국에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며, 시티와 같은 방식으로 조만간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 현지에선 오는 14일로 연기된 다음 공판을 전후해 흐엉이 석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