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 미사일이나 위성용 로켓 발사에 나서며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을 끝낼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등에 대해 사흘 연속 ‘실망’이란 단어를 써가며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 가동 상태로 돌아간 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끝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미사일 실험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외교적 성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NYT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파괴를 대단한 일이라고 했지만 그 감격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한의 미사일 기지 확장이나 발사대 복구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또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등을 인용해 “북한이 폐기를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지난해 5월 폐기했다고 밝힌 풍계리 핵 실험장도 상당 부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공영 라디오 NPR과 CNN도 “북한이 미사일이나 위성용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위성사진 전문업체 디지털글로브와 플래닛이 지난달 22일과 이달 8일 평양 인근 산음동 연구단지를 촬영한 위성사진과 전문가 분석을 통해서다. 산음동 단지는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생산한 핵심 군사시설이다.

지난달 22일 위성사진에선 산음동 단지 내에 차량과 트럭을 비롯해 인근 철로에 열차가 정차한 모습, 철로 쪽에 2대의 크레인이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이날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차량 움직임이 잦아들고 크레인 1대가 사라졌다.

NPR은 작업 중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미사일 또는 로켓이 산음동 단지를 떠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는 “모든 걸 종합해 보면 북한이 (군수용 또는 민수용) 로켓을 만드는 과정처럼 보인다”며 “군사용 미사일인지, 민간 위성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로켓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의지구 미래재단의 북한 전문가 멜리사 해넘은 “위성 발사가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며 “위성 발사용 로켓은 보통 장거리 미사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기술을 사용한다”며 “위성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사일이든, 위성용 로켓이든 실제로 뭔가를 발사하면 미·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 고위 당국자는 지난 7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주 발사체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 발사도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면서도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재개하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6일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할 것”, 7일엔 “조금 실망”이라고 사흘 연속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