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출신 참모들 전면 배치…文정부 외교·안보 정책 이해도 높아
한반도 프로세스 분수령…중·러 소통 강화, 대북정책 정교화 포석도
주미대사 유임, 안정적 한미공조 염두…주일대사 교체로 한일관계 개선 모색
문대통령 중·일·러 대사 교체…'포스트 하노이' 외교라인 정비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이른바 '주변 4강'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중국·일본·러시아 3개국 대사를 교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임명한 주요국 대사를 바꾸는 것은 처음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를 대비한 외교·안보라인 재정비에 속도를 내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문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1·2차장을 모두 교체한 바 있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도 교체 가능성이 제기돼, 새로운 외교·안보 진용을 갖춰 '포스트 하노이' 전략을 가다듬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문대통령 중·일·러 대사 교체…'포스트 하노이' 외교라인 정비
이번 주요국 대사 교체의 가장 큰 특징은 청와대 출신인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남관표 전 안보실 2차장이 각각 주중대사·주일대사로 전진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장 전 실장은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남 전 차장 역시 외교·안보 실무를 도맡았다는 점에서 문재인정부 1기 청와대의 핵심 참모로 분류된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청와대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주요국과의 관계를 조율하기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의 담판 결렬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고비를 맞은 시점에 인사가 단행된 점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직후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라며 중재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미 간 정교한 중재행보를 위해서는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력이 있을 뿐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 이해당사국이기도 한 중국·일본·러시아와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며, 문 대통령은 이를 수행할 적임자로 장 전 실장과 남 전 차관, 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석배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를 선택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원활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북정책 수립에서도 장 전 실장과 이 총영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대통령 중·일·러 대사 교체…'포스트 하노이' 외교라인 정비
이번 인선에는 국가별 특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의 경우 노영민 전 대사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공석을 다시 청와대 실장급 인사가 채운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효과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실장급' 인사를 보내 한중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러시아 대사로 정치인 출신이나 외무고시 출신도 아닌 이 총영사를 '파격 발탁' 한 데에는 이 총영사의 풍부한 현장 경험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총영사는 과거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맡을 정도로 현지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주러시아 공사와 주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를 지내는 등 오랜 기간 러시아에서 생활했다.

향후 북방경제가 활성화하거나 한반도 평화체제 진전에 따라 남·북·러 삼각협력이 활발해진다면 이 총영사가 가진 경험이 큰 무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엿보인다.

주일대사를 남 전 차장으로 교체한 데에는 위안부 문제, 징용배상 판결, 초계기 갈등 등으로 한일 양국의 냉기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계 재정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조윤제 주미대사의 경우 교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 역시 주목받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한미 간 공조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생각이 담긴 유임 조치로 풀이된다.
문대통령 중·일·러 대사 교체…'포스트 하노이' 외교라인 정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