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서 남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조우 '눈길'
남북협력기금 3차례 기부한 70대 전직 기업인도 초청
추궈홍 中대사 "서울에서 기차 타고 베이징 가는 날 고대"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26일 "서울과 평양이 이어지게 되면 나중에 서울에서 바로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겠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이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참석차 북측 개성 판문역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만나 "지금 평양에서 베이징까지는 철도가 운영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착공식은 남북관계에 큰 진전을 이루는 것으로,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축하 말씀드린다"며 "남북관계가 평화와 비핵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추 대사는 북한 측 인사를 만나서도 "중국 고속철도가 단둥까지 연결돼 있는데 평양까지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정부는 남북 교류 행사인 착공식에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몽골 등 외국 인사도 초청했다.

동·서해선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 연합뉴스 (Yonhapnews)
이번 착공식이 남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철도를 매개로 경제·안보 공동체를 만들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추 대사를 비롯한 외국 참석자들은 이날 착공식 행사에 대해 지지를 나타내 이런 구상에 힘을 실어줬다.

김현미 장관의 "앞으로 러시아가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에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은 "무사히 잘 할 수 있도록, 앞으로 아시아 철도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양구그 소드바타르 몽골 도로교통개발부 장관도 착공식 후 개성공단 내 남측 호텔 송악플라자에서 열린 오찬에서 "몽골은 남북한과 모두 우호적인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오늘 착공식을 했으니 이 길을 통해 앞으로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까지 물자와 모든 것들이 잘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를 마치고 귀환하는 열차 안에서 옌허샹 중국 국가철도국 차관보는 "지금 단둥까지 고속철이 깔려 있다"며 "나중에 평양을 거쳐서 서울에 내려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남북 철도 연결은 유라시아로 연결돼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어서 관심이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 남북 철도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나'는 질문에는 "좀 검토해봐야 한다.

그래서 지금 바로 대답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착공식이 열린 판문역에는 남북이 각각 초청한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친분이 있는 듯 환하게 웃으면 대화를 나눴다.

행사에 참석한 한 인사는 "(두 사람은 러시아 행사도 아닌) 남북 간 행사에 러시아 대사들이 중간에서 만나는 게 무척 신기하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행사에는 이밖에 강볼드 곰보도르지 몽골 철도공사 부사장과 에르데네투야 남스라이 몽골 주한 대사대리, 아르미다 알리샤바나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사무총장 등 외국 인사도 참석했다.

UNESCAP 사무총장을 초청한 건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대북 제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또 경의선 보수공사에 써달라며 지난 5월 1천만 원을 남북협력기금에 기부한 권송성(77) 전 ㈜국보디자인 회장도 착공식에 초대됐다.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은 "이분은 1천만 원을 내시면서 4.27 판문점 선언에 있는 남북 철도 도로 협력사업에 써달라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2000년과 2002년에도 남북협력기금에 1천만원씩을 기부한 권 전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할 때 한 번 기부했고. 이후에도 두 번 더 기부했다"며 "남북 간 민족끼리 끊어진 것을 잇게 된다는 것에 감회가 깊어서 기부했다"고 밝혔다.
추궈홍 中대사 "서울에서 기차 타고 베이징 가는 날 고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