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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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김동원 씨가 경제민주화 보고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자신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문재인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경수 경남지사가 "삼성과 네이버는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 이 같은 얘기를 꺼냈다. 그는 지난해 6월 7일 김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이 작성한 경제민주화 관련 보고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씨 등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재벌기업을 인수·합병해 얻은 수익금으로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김 씨는 "대통령이 그 보고서를 수락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김경수가 '대통령이 보고서는 봤다'면서도 사실상 우리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거절하는 것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경수가 보고서 안의 기업 가운데 삼성이나 네이버는 건드리지 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면서 "상당히 기분이 나빠서 더는 문재인 정부와 추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이 불쾌해하자 김 지사가 새로운 제안을 꺼냈다고 언급했다.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는 것이다. 그는 "김경수가 '대통령이 안희정 지사를 당 대표 만드는 데 관심있다'면서 '안 지사가 당내 조직 기반이 없으니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가 도와달라'고 했다"며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를 느껴서 그 뒤에도 김경수와 관계를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지사의 보좌관 한모 씨에게 500만원을 건넨 것도 안 지사 일을 함께할 동지로 생각하고 생활비 명목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두형 변호사의 인사청탁 대가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그는 "한 씨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 추천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는 정치인들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씨가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해선 "김경수가 청와대에 박아놓고 부려먹는 아바타"라고 평가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허익범 특검팀은 이날 한 씨에게 500만원을 준 혐의와 관련해 김 씨에게 징역 10개월, 뇌물수수자인 한 씨에겐 돈을 돌려준 점을 감안해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뇌물 전달 과정에 개입한 김 씨 일당 2명에게도 각 징역 4개월∼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 씨 일당이 다른 혐의로 재판 중인 점을 감안해 한 씨에 대해서만 내년 1월 4일 선고하기로 했다. 김 씨 일당은 다른 사건들의 심리가 마무리되면 함께 선고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