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차담회에 매일 참석, 독대 보고도 늘어…힘 실리는 윤종원 경제수석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팀을 꾸릴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동시에 물갈이되면서 윤종원 경제수석(사진)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경제 투톱’이 거시경제를 다뤄본 경험이 없어 정책실장 부활 후 존재감이 미미했던 경제수석에게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최근 경제 현안이 많아 윤 수석이 매일 아침 대통령과 차담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고, 독대 횟수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정책실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강행한 것은 윤 수석이 버티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전했다.

매일 아침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문 대통령과 약식 회의를 하는 차담회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의겸 대변인,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등 일부 참모만 참석한다. 정책실에선 윤 수석만 고정 멤버로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포용성장의 국가 비전 제시는 윤 수석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이란 게 정책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포용성장이란 포괄적인 정책 아젠다를 내세운 것은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경제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노출되면서 경제정책의 세 축인 혁신성장과 공정경제가 소득주도성장의 하위 개념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3개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굴러가도록 하자는 게 윤 수석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낸 윤 수석은 대표적 포용성장론자로 꼽힌다. 윤 수석의 포용성장론은 전통적 성장 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정책 접근 방식을 통해 기업 등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포용성 강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기업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수석도 최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야당의 반대에 “개인적으론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쓰고, 지속가능 성장이라고 읽는다”며 소득주도성장론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보다 두 살이 많은 윤 수석은 청와대 입성 후 부동산정책과 탈원전정책 등 주요 정책을 조율하며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두 사람은 수석실 칸막이를 낮추고 격의 없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실의 한 비서관은 “장하성 전 실장 체제에서는 김 수석의 역할에 한계가 있었고, 존재감을 드러낼 여지가 적었다”며 “하지만 김 신임 실장과는 부동산 대책 등에서 긴밀히 협조해온 데다 거시경제 분야 전문성 등으로 윤 수석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직제개편을 통해 사회수석실의 주택도시비서관을 국토교통비서관으로 명칭을 바꿔 경제수석실로 이관하기로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