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예외인정 상시논의…美 속도조절 견제 장치 기능도
이도훈-비건 워킹그룹 주도, 한미 외교부처·대사관도 참여
韓美 '워킹그룹' 설치 주목…과속 vs 과잉간섭 논란 해소될까
한미 양국이 대북제재의 이행과 예외인정 등을 협의하는 워킹그룹을 설치키로 해 주목된다.

두 정부가 비핵화 노력과 제재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간 협력사업에서 긴밀한 조율을 더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워킹 그룹'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28∼30일 방한 기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합의된 것이라고 국무부는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31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대표가 주도하며, 외교부-국무부, 서울과 워싱턴의 양국 대사관도 관여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워킹그룹의 설치는 양국간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의 틀 마련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로 평가된다.

11월 6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 직후 북미 고위급 회담이 미국에서 개최될 전망인 가운데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진전이 선순환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와, '2인3각'으로 보조맞추길 바라는 미국 사이에 앞으로 조율할 일이 많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우선 정부로선 철도연결, 북한내 양묘장 현대화 등 남북간 경협사업의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서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에서의 공동훈련에 참여할 스키 선수단을 우리 측 민항기로 실어나를 때, 남북 군통신선 개보수와 관련해 대북 물자반출을 할 때 등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제재 예외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상반기까지 남북 협력을 위한 대북 제재 예외에 대체로 '그린라이트'를 켰던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7월초 3차 방북 이후 북핵 상황이 교착되는 동안 '신중론' 쪽으로 옮겨간 양상이었다.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에 유엔군사령부가 제동을 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철도연결 공동조사와 착공식 등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및 후속 고위급 회담 합의 사항 이행 차원에서 한미는 긴밀한 협의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어 워킹그룹은 적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포괄적인 제재 예외 신청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사안별로 예외 인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선 워킹그룹과 같은 상시적 실무 협의체제가 필요할 수 있다.

그와 함께 남북협력의 속도와 관련한 한미간의 견해차를 실시간 정보 공유와 협의를 통해 조율하는 채널을 확보하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

앞서 미국은 대북제재 준수를 강조하기 위해 우리 정부를 거치지 않고 한국 시중 은행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개성공단 기업인들과 만남으로써 논란을 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 만큼 정부간에 상호 긴밀하게 소통함으로써 미국발로 남북관계 '과속' 논란이 나오는 것을 막고, 한국발로 미국의 '과잉 간섭'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피하는데 워킹그룹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워킹그룹 설치와 관련, 남북간 협의 상황을 상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미국의 '견제 장치'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또 러시아에서 환적된 북한 석탄이 국내 유입된 사건을 계기로 한국도 대북 제재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만큼 미국은 워킹그룹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31일 "한국이 다양한 대북협력사업을 할 계획에 있는데, 그 사안들에 있어 남북군사분야 합의서 건처럼 미국이 사전에 충분히 인지 또는 검토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만드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진행되는 남북사업을 한미간 사전에 논의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운용상에서 이견을 잘 조율해 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韓美 '워킹그룹' 설치 주목…과속 vs 과잉간섭 논란 해소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