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용 전환도 필요…미사일프로그램을 우주프로그램으로"
연세대 통일연구원 주최 특강서 주장
헤커 "北 영변원자로 폐쇄시 큰 진전… 서로 신뢰 쌓아야"
북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포드대 명예교수는 27일 "북한이 선제적으로 플루토늄을 더는 생산하지 않는 것이 (비핵화에 있어 북한이 취할) 다음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커 교수는 이날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의 핵무기' 특강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5메가와트(MW) 원자로를 폐쇄한다면 큰 진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정치적 고려를 이해해야 한다.

미 행정부에 실제로 핵을 줄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위해 (상응 조치로) 다른 국가가 무엇을 할지 물을 수 있으니 결국은 협상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우라늄 농축 시설의 경우 영변 외에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더 시간이 걸린다"며 "플루토늄을 먼저 다루면서, 각각의 단계를 밟으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영변 핵시설의 경우 "일부는 오래됐지만 일부는 굉장히 새로운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헤커 교수는 다만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에 대해서는 "이 시설은 여러가지에 관여돼 있고, 북한은 경수로, 원자로에 자부심도 있다"며 "실제 영구적 폐쇄 할지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비핵화 촉진 방안의 하나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민간 차원 활용을 제안하며 "유엔과 한미가 조율해서 군사적 용도를 민수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미사일 프로그램을 민간용 우주프로그램으로 전환해 남북 공동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다"며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력 기술의 발전 용도 활용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민간용 시설로 핵무기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는 점인데 북한은 이미 제조법을 안다"며 "협력적 전환을 이뤄내면 검증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리스크는 있지만 감내할만하다"고 주장했다.

헤커 교수는 최근 남북, 북미 대화에 대해서는 "리스크는 핵무기 역량과 보유 의도로 결정되는데 2017년 말은 전쟁 위험도가 높았다"며 "그런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핵없는 한반도를 만들자는데 합의하며 의도가 바뀌었고, 극적으로 위험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핵능력에 대해서는 보유 핵탄두 수를 30개 안팎으로 보면서 "일부는 50∼60개를 얘기하는데 불확실한 정보라 누가 옳은지는 모른다.

폭탄 하나가 도시 하나를 파괴하는데 개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핵탄두를 단거리 미사일에는 탑재할 수 있지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탑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헤커 박사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에 걸쳐 북한에 직접 들어가 우라늄 농축 시설 등 핵심 핵 시설을 목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