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불가침’에 준하는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에 합의했다. 최대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선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시설에 대한 신고 언급은 빠졌다.

남북 정상은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평양 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전날 120분에 이어 이날 오전 70분간의 회담을 통해 이같이 합의했다. 김정은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두 정상은 20일엔 예정에 없던 백두산 산행도 같이하기로 했다.

김정은은 합의문 서명식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구체안도 내놨다.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국제사회의 사찰 아래 폐기하겠다고 했다. 다만 현재 핵무기·시설에 대해선 ‘미국의 상응조치(연내 종전선언)’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날 남북은 연평해전 같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에도 전격 합의했다.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육상·공중에서의 군사적 행위 금지구역을 만들기로 했고, 서해상에선 양측을 향해 배치된 포문에 덮개를 씌우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협도 ‘과속’이란 논란이 일 정도의 합의를 도출했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협도 ‘여건 조성’을 전제로 정상화하고 연내에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열기로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는 “비핵화는 더디고, 군사·경협만 너무 앞서가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군사·경협의 파격 조치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양공동취재단/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