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맑은 아파트' 전자결재 서비스 확대…편리함·효율성 겸비
아파트 관리업무에서 종이가 사라진다… "비리척결 지름길"
"종이로 하던 작업들을 전자문서로 바꾸니까 정말 간편하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열람하고 결재를 할 수 있으니 관리사무소도, 입주자대표도 편해졌고요."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4단지 아파트 최용안 관리과장은 11일 이렇게 말하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편리함'과 '효율성'이 주는 홀가분함이다.

서울 아파트 관리업무에서 종이가 사라지고 있다.

매일매일 손으로 누런 갱지에 기록해오던 업무일지가 전자화됐고, 각종 기안과 공문, 관리비 부과서류 등이 전자화되면서 관리사무소가 일상적으로 보관해야 했던 종이문서가 대폭 줄어들었다.

자연히 사무실의 캐비넷을 가득 채우고, 지하 창고까지 진출해야 했던 서류철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 '맑은 아파트' 사업이 추진하는 '전자결재 문서행정서비스' 덕분이다.

작년 2개 단지에서 시작해 올해 8개 단지가 '전자결재 문서행정서비스' 시범 단지로 선정돼 서울시의 지원 아래 관리사무소에서 종이문서를 없애는 일에 뛰어들었다.
아파트 관리업무에서 종이가 사라진다… "비리척결 지름길"
◇ "비리 의혹 없애고 주민 신뢰 회복"

1991년 10개동 1천710세대로 지어진 창동 주공4단지 아파트는 '비리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5월부터 종이문서 전자화를 추진 중이다.

최 과장은 "세대가 많다 보니 각종 공사 등에서 관리사무소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이런저런 잡음이 있었다"며 "서울시와 구청의 감사를 4번 정도 받았고, 2015년에는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해 법정까지 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법정까지 간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아파트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은 나날이 커졌다.

최 과장은 "말 그대로 맑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전자결재 서비스를 신청했다"며 "아파트 비리를 척결하고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종이 문서의 위조, 분실 위험이 사라졌다.

또 종이로 보관할 때는 필요한 문서를 찾기 위해 먼지 쌓인 창고에 들어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으나 전자 문서로 바꾸면서 주민의 정보공개 요구 시 바로바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입주민의 알 권리 충족과 아파트 관리의 투명화·선진화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업무에서 종이가 사라진다… "비리척결 지름길"
◇ 종이·인쇄·보관 비용 줄고 언제 어디서든 결재

최 과장은 "시 지원 사업이라 프로그램 설치·운영비가 들지 않고 종이·인쇄·보관·관리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종이 문서로 인한 불편함에도 그간 아파트에서 전자문서가 시행되지 않은 것은 각 아파트가 독자적으로 전자문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클라우드 기반 전자결재 문서행정서비스를 채택, 전자결재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서버의 구매 및 설치 비용 등을 대폭 줄였다.

또한 시범 단지로 선정된 아파트에는 문서행정서비스 운영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종이 문서가 줄어들면서 저장공간 부족이 해결되는 동시에 종이값, 인쇄비용도 줄었다.

관리사무소 업체나 직원의 잦은 이직에 따른 체계적인 인수인계의 어려움이나 시행착오도 해결된다.

최 과장은 "현재 종이 문서 작업이 60% 정도 줄었는데 앞으로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직원들이 컴퓨터로 작업해 업무가 편리해진 것은 물론이고, 결재를 해야 하는 입주자대표들이 관리사무소로 오는 번거로움 없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결재할 수 있어 무척 효율적이다"고 전했다.
아파트 관리업무에서 종이가 사라진다… "비리척결 지름길"
◇ 100% 전자화까지는 아직 먼 길
전자결재 문서행정서비스의 최종 목표는 모든 종류의 문서를 전자화하고 전자로 결재해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표적으로 공사·용역 관련 서류 등 각종 증빙·계약 관련 서류는 여전히 종이 문서로 보관해놓기 때문이다.

최 과장은 "각종 증빙자료는 종이로 돼 있어 그것을 전자화하려면 스캔을 떠야 한다"며 "현재로써는 그렇게 되면 일을 이중으로 하는 것이라 아직 거기까지는 전자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관리사무소만 전자화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온수공급 중단, 소독실시 등 각종 공지는 여전히 종이로 인쇄해 각 동 게시판에 붙여야 주민들이 이용한다.

고령층에서는 전자문서를 불편해하기도 한다.

최 과장은 "주민들의 민원이 체계적으로 기록되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업무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주민의 민원이 날짜별로만 기록되는데 각 가구별 민원의 연혁이 전자화돼 한눈에 볼 수 있다면 관리사무소에서 주민에 대한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몇동 몇호에서 그간 어떤 민원을 제기해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면 관리사무소 업체나 직원이 바뀌어도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아파트 전자문서 생성·관리 의무화에 대한 법 제도 마련도 추진 중이다.

관련법을 통해 공동주택 전자문서 보존기한, 처리방법, 양식 등을 통일하고 관리비뿐만 아니라 회의록, 회계정보 등 정보공개 범위를 늘려 '맑은 아파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모바일과 전산화로 모든 게 빠르고 편리한 시대에 유일하게 아파트 관리분야만 아직도 종이 문서를 사용 중"이라며 "아파트 전자 문서행정은 투명화와 업무효율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