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일정에도 김정은 면담…만찬 같이 했을 거라는 시각
'北 환대=성과도출' 해석 속 합의 미흡해 체류 길어졌을 가능성도
김정은에 친서 준 특사단, 만찬도 함께했나… 합의 수준에 관심
당일치기로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이 예상보다 더 오래 북한에 머물러 특사단이 남북정상회담·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어느 수준의 합의를 이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의겸 대변인은 특사단이 방북한 5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방북 특사단은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며 "특사단은 만찬 뒤 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누구와 만찬을 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의 발표에 앞서 이른 오후에 나온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서면브리핑까지 종합하면 특사단의 대략적 시간대별 일정이 파악된다.

특사단은 오전 9시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고려호텔로 이동,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과 환담했다.

김 부위원장이 자리를 떠난 후 한동안 리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눈 특사단은 오전 10시 22분 공식면담을 위해 다른 장소로 옮겼다.

이 공식면담을 누구와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황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친서 역시 이 자리에서 전달했을 확률이 높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 오찬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특사단의 1차 방북 때 김 위원장이 만찬을 함께한 만큼 오찬 때 만나지 않았다면 만찬 테이블에 서로 마주 앉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김 부위원장·리 위원장과의 환담에 이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친서를 전달한 다음 만찬까지 함께하는 과정은 당일치기 일정임에도 북한이 특사단을 맞는 데 소홀함이 없다는 인상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3월 방북과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얼굴을 익히고 충분히 대화한 사이인 만큼 김 위원장과 특사단 사이에 다양한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리는 부분이다.

이 경우 9월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대략적 의제를 비롯해 특사단의 핵심 임무라 할 수 있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오전 환담과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남북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 굳이 김 위원장이 만찬까지 제공하는 호의를 베풀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특사단의 동선을 두고 이와는 반대로 해석해볼 여지도 있다.

환담과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 발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만찬까지 이어가며 관련한 논의를 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애초, 특사단이 귀환하기 전에라도 팩스로 정상회담 일정 합의 소식 등을 알려온다면 이를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정과 같은 정상회담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했는지 전달받은 바 없나'라는 물음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오후까지도 남북정상회담 일정 등에 합의하지 못한 채 만찬에서 이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도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