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올라온 2차 상봉 최고령자…태풍 피해서 속초 도착
[이산가족상봉] "동생아, 집에 가자"… 100세 강정옥 할머니
"오라(오려무나)! 집에 가게"

17살 나이에 제주도 고향집을 떠난 뒤 영영 돌아오지 못했던 동생 강정화(85)씨를 만나게 된 강정옥(100) 할머니는 제주도 사투리로 이렇게 되뇌었다고 한다.

강정옥 할머니는 24일부터 2박 3일 동안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의 남측 참가자 중 최고령자다.

제주도 애월에서 올라온 강 할머니는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23일 집결지인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했다.

전날 오후부터 제주를 휩쓴 태풍 '솔릭' 때문에 혹여나 발이 묶일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미리 비행기를 타 태풍을 피했다.

강 할머니의 딸 조영자(65)씨는 "태풍도 있고 걱정돼서 엊그제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서 서울로 미리 왔다"며 "(어머니가) 아주 정정하신 편"이라고 전했다.

꿈에도 그리던 동생이 가족들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서 강 할머니는 "꼭 가야 한다"고 계속 다짐했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차멀미에 시달리면서 온 길이었지만 동생에 대해 그리움만은 또렷했던 터다.

방직공장에 간다며 뭍으로 올라가는 동생과 마당에서 헤어질 때, 강 할머니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연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서 석 달 만에 6·25 전쟁이 터졌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만 68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 할머니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행방불명된 딸을 그리워했다.

동생을 찾기 위해 김대중 정부 당시 이산가족 신청도 했지만, 강 할머니에게는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북녘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

강정옥씨와 강정화씨의 동생 강순여(82)씨도 이번 상봉에 동행한다.

순여씨는 언니 정화씨를 만났을 때 "살아서 만나서 기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상봉이 결정되고) 매일 울었다"고 전했다.

언니를 만나는 설렘에 며칠 전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언니가) 참말로 예뻤어요.

얼마나 예뻤다고… 떨려서 만나면 뭐라고 할지 준비가 안됐어요.

"
이들 가족은 정화씨를 위해 옷, 신발, 의약품 등 무려 트렁크 5개 분량의 선물을 준비했다.

2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할 81가족은 이날 오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했으며 24일 금강산으로 향해 북측 가족을 만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