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적자 커져"…인천시 "면허 반납하면 시가 직접운영"
인천시, 연간 1000억원 투입되는 버스 준공영제 대대적 수술 예고
"박남춘 물러나라" 외치던 버스업계…인천시 강수에 후퇴
"광역버스 생존 위협 외면하는 박남춘은 물러나라!"
이달 7일 이후 인천시청 앞에서는 박남춘 인천시장을 성토하는 광역버스 업계의 집회가 매일 아침 계속됐다.

취임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된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버스 기사들이 삼복더위 속에서 거리로 나선 것은 인천시가 올해 업계 재정적자 23억원을 지원해 주려다가 이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인천 6개 광역버스 업체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인상분 등 23억원을 보전해 주지 않으면 노선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며 시에 재정지원을 요청했고, 시 교통국도 재정지원에 긍정적인 답변을 업계에 전달했다.

시 예산부서는 그러나 준공영제 대상도 아닌 광역버스 업계에 인건비 인상분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약하다며, 관련 예산을 추경에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6개 광역버스 업체는 이달 9일 인천시에 폐선 신고서를 제출하고 8월 21일부터 19개 노선, 버스 259대의 운행을 중단하겠다며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이때부터 인천시의 고민은 깊어갔다.

업계의 재정지원 요구를 거부할 경우 하루 4만6천 명이 이용하는 광역버스의 운행이 중단돼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불편이 극심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재정지원을 하게 되면 택시업계·화물운수업계 등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영난이 심화했다고 하는 다른 운수업계에까지 시 예산으로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 근거를 내주게 되는 상황이어서 재정지원을 허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천 광역버스 폐선 신고 사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는 업계에 공공기관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는 바로미터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인천시는 이달 14일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접점이 좁혀지지 않자, 결국 시가 광역버스를 직접 운영하는 '완전 공영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는 16일에 업체 대표들과 다시 간담회를 열어 "업체들이 폐선 신고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폐선 신고를 수리할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이 빠지면 시가 직접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완전 공영제로 갈 것"이라고 전달했다.

시는 실제로 업계와 협의가 결렬될 경우 내년 1월부터 완전 공영제를 시행한다는 방안도 마련했다.

업체들이 폐선 신고일로 정한 8월 21일 정식으로 폐선 처리를 하고, 12월 31일까지 버스와 기사를 업계로부터 양도·양수하고 내년 1월부터 공영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운행 중단을 막기 위해 업계에는 연말까지 연장 운행을 해 주면 그 기간만큼 적자 보전을 해 주고 건설교통부에서 공표하는 광역버스 1대당 기업 이윤도 보장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천시가 버스를 직접 운영하겠다는 강수를 내놓자 업계는 "약속했던 23억원 중 10억원이라도 지원을 해 달라", "조조할인 요금제를 폐지해 달라"며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버스 업체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단기적이고 무책임한 미봉책으로 봉합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재정지원과 준공영제 적용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업계도 인천시의 단호한 입장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졸지에 운영노선이 모두 폐지될 상황에 놓이자 업체 대표들은 16일 낮 12시 50분 폐선 신고 철회서를 인천시에 제출했다.

이날 폐선 신고를 철회한 천지교통 김해숙 대표는 "원래부터 시민께 심한 불편을 끼칠 운행 중단을 강행할 마음은 없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가 처한 현실과 고충에 대해 정부와 시민들께서 관심을 두시기를 바랬다"는 심정을 밝혔다.
"박남춘 물러나라" 외치던 버스업계…인천시 강수에 후퇴
인천 광역버스 운행 중단 위기 사태는 폐선 신고 1주일 만에 일단락됐지만, 인천 버스 준공영제는 대폭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원금 집행 불투명성, 재정 부담 등 현재 준공영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준공영제를 광역버스로까지 확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업체가 버스노선을 운영하되 운송원가 대비 적자를 공공기관이 전액 지원하는 제도다.

적자를 보전해 줌으로써 원도심 비인기 노선도 유지할 수 있는 등 대중교통 공공성을 강화한 제도다.

인천시는 2009년부터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준공영제를 시행, 현재 32개 업체 156개 노선에 대해 운송원가 대비 적자 예산을 시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준공영제 예산은 인천시에 골칫거리다.

인천시 준공영제 예산은 2015년 571억원, 2016년 595억원, 2017년 904억원에 이어 올해는 처음으로 1천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시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버스업계 적자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적자 보전액도 커져 준공영제 예산이 내년에는 1천300억원, 2020년에는 1천700억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재정 부담이 해마다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지만, 표준운송원가 과다계상 논란, 임원 인건비 과다 지급 등 준공영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버스지부는 최근 논평에서 "버스조합 주관으로 회계감사를 하도록 협약이 돼 있어서 인천시는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회계감사 권한도 없다"며 "재정을 지원받는 버스회사가 업체 주관으로 회계감사를 하는 건데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시는 준공영제 대상 버스업체별로 경영실태를 점검하고 오는 9월 중 마무리될 표준운송원가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가장 효율적인 준공영제 운영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박남춘 물러나라" 외치던 버스업계…인천시 강수에 후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