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통해 긴장완화·신뢰구축도 논의후 합의 도출 필요"
"국민 안전보장 위한 영사접견권도 연락사무소 역할에 포함해야"
정부 차관급 남북연락소장 왜?… 포괄적 상시협의채널 구축 의도
정부가 곧 출범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소장을 청와대 수석비서관 또는 차관급으로 격을 높이려는 데는 남북 간에 한반도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상시협의 채널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어 보인다.

올해 들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거쳤고, 그 결과물로서 판문점 선언이 탄생한 만큼 남북한 고위급의 대화를 통한 합의로 채널을 최소화해 합의 이행을 속도감 있게 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남북한은 1972년 적십자 연락 채널을 구축하고 소통을 해왔으며 1992년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판문점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판문점 연락사무소장이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장을 맡는 과장 또는 국장급의 실무 책임자는 북측과 정무적 논의나 깊이 있는 협의를 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북측의 카운터파트 역시 그 급(級)으로선 정무적 판단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부처 과장급인 판문점 연락사무소의 소장은 주로 남북 간에 전화통지문을 주고받거나 회담 일정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2005년 10월 개성공단 내에 설치돼 운영에 들어간 남북경제협력사무소의 소장은 최소한의 업무 소통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개성공단 내에 설치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차후 남북관계에서 발생할 다양한 사안을 다루면서 원활한 합의를 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러려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 역시 기존 조직의 장(長)과는 차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선언을 공동 발표하면서 공동사무소 개설이 "매우 중요한 합의"라며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남북한이 우선 연락사무소를 공동 운영하고, 필요에 따라 서울과 평양에 연락대표부로 급을 높이는 대사급 외교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남북대화를 촉진하는 사업과 관련해 유엔의 대북제재 면제를 요청한 것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우선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로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으로 차관급 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역할은, 기존의 판문점 연락사무소와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업무는 물론 그 이상을 포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경제협력 이외에 정치·문화·사회·체육·법률 등 다양한 분야 사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 북한 전문가는 "연락사무소가 개성에 설치되면 부문별 대표들이 상주하면서 북한과 직접 논의하는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면 민간급 인사들도 포함해 민간교류 활성화를 촉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은 공동사무소를 통해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한 사항들을 논의하고 합의사항들을 도출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및 대북제재 완화·해제 진전상황에 맞춰 남북 간 경제교류협력 문제도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보장을 위한 영사접견권이 공동연락사무소 역할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영사접견권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남북영사협정이 체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