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외교장관 정식회담, 11년 만에 기대했지만 '무산'
우리 정부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추진하던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무산됐다.

지난 3일 ARF 개막에 하루 앞서 싱가포르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남북외교장관 회담'에 응할 입장이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이 자연스럽게 조우해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여러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만찬 상황에 대해 "우리 측이 별도 외교장관간 회담 필요성을 타진했는데, 그에 대해 북측은 동 외교장관 회담(남북외교장관회담)에 응할 입장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ARF 계기) 남북 외교장관 회담은 없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11년 만에 재개를 희망했던 남북 외교장관회담은 물거품이 됐다. 남북 외교장관회담은 2007년 이후 중단됐다. 이번 ARF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참석하면서 정부는 남북 외교장관 회담을 재개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았다. 지난 6·12 미·북 정상회담 직후부터 ARF 계기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해왔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 회담이 성사되면 남북은 판문점 합의에 담긴 비핵화 조치와 연내 종전선언을 위한 사전 협의를 가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리용호 외무상은 그러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와 북·중 경제 협력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4일 오후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에는 강경화 외교장관과 리용호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아세안 국가 등 총 27개국 외교장관들이 집결한다. 올해는 북미 간 비핵화 평화체제 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한반도 정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ARF 회의 이후 채택되는 의장성명은 의장국이 27개 회원국의 의견을 취합해 회람한 뒤 수정을 거친 다음 만장일치로 채택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은 자국에 유리한 내용을 담기 위해 외교전을 펼친다. 성명은 통상적으로 폐막 1~2일 후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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