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최저임금 인상 맞물린 '을과을' 대결 프레임 경계하며 발언
"어젯밤 뒤척이며 안도현 시(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떠올렸다"
국무위원들에게 '국정 전체의 틀 보라' 강조…김동연 최저임금 발언 등 염두


이낙연 국무총리는 17일 "아르바이트생 등 저임금 노동자는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이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은 노동자로서 보호받지도 못하는 또 다른 약자"라며 "약자가 약자와 다툰다면 그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노사 양측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8천350원으로 의결하자 경영계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1만원' 공약이 물 건너갔다"고 반발했다.

이 총리는 "정부는 최선 또는 차선의 길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최저임금위원회라는 독립된 심의의결기구가 합법적 절차와 종합적 고려를 거쳐 내린 결정은 존중하고, 그에 따른 고통은 완화하는 길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 상가임대차 보호 ▲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보호 ▲ 카드수수료 인하 ▲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국회도 관련 입법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경제의 모든 잘못이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나 임차인 보호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노동자의 저임금과 과로를 얼마나 완화해 왔던가, 소상공인 권익을 얼마나 보호해 왔던가를 되돌아보는 것이 공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어젯밤에 뒤척이며 안도현 시인의 시구를 떠올렸다.저를 포함한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한 번씩 물어보면 좋겠다"며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을 읊었다.
이총리 "알바생도 소상공인도 약자,약자간 다툰다면 가슴아픈일"
이 총리는 이날 각 부처 장관에게 '쓴소리'도 내놓았다.

그는 "장관님들은 부처의 장이지만, 동시에 국무위원"이라며 "국무위원은 국정 전반을 보고 함께 책임지는 사람들이다.부처의 업무를 대할 때도 국정 전체의 틀 안에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장관님들이 부처의 일을 최고로 잘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최고의 국정이 되지는 못한다"며 "최고의 눈, 최고의 코, 최고의 입을 모아 놓는다고 최고의 미남 미녀가 되지는 못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장관들의 '부처 중심주의' 발언을 자제시키고,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오전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국정 전체의 틀 안에서 보라'는 당부는 김동연 부총리의 최저임금 발언만 겨냥하기보다는 이를 포함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근로시간 단축 관련 발언, 고혈압약 발암물질 관련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협조 부족 등을 두루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 회의에 참석해 국무회의에는 오지 못했다.

이밖에 이 총리는 여름 휴가철 안전관리를 당부하며 번지점프, 암벽등반 등 레저스포츠에 대한 안전규정 정비를 지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