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기조 유지하되 현실 인정"…노동계·소상공인 양측 달래기 부심
'임대차보호·근로장려세제' 대책 약속
최저임금안 수용·공약미이행 사과 문 대통령 '속도조절' 현실론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갈등을 증폭시킨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 의결을 존중한다고 밝힌 것은 향후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사실상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상안 결정으로 '2020년 최저 시급 1만원' 대선 공약이 사실상 좌초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 역시 '명분'에 기반을 뒀던 약속을 강행하기보다 현실을 토대로 사회적 합의에 따른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저임금위의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안 10.9% 의결에 "존중한다"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저임금위 결정을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고용상황,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어렵게 결정했다"고 이해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기 회복으로 잇겠다는 소득주도성장론 기조를 유지하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불러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헤아린 셈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론은 기존 기조로 가되, 현실을 인정하며 최저임금 인상률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는 없고,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언급 속에도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과 별개로 현실에 기반을 둔 인상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현실론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으로 보는 기존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며 최저임금 정책 취지를 되짚은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은 비록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피력했지만, 내년도 인상안이 두 자릿수를 기록해 정책 취지를 이어가게 됐다는 데 대해선 의미를 부여하면서 "가능한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작지 않은 반면, 노동계 시각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시각이 강한 만큼 문 대통령은 이들에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정책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 손에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상가임대차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후속조치를, 다른 한 손에는 저임 노동자를 위한 근로장려세제 대폭 확대 등 보완책을 들고 양측 모두를 달래기 위한 후속조치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 당정도 17일 긴급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강구에 나선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회의는 경제 전반에 대한 점검 성격도 있지만, 최저임금 후폭풍 보완책 마련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