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계속돼야" 당부…노동계 요구 귀 기울이며 갈등진화 시도
소득주도성장 순항 위해 최저임금 진통 최소화해야
양대노총 만난 문 대통령… 최저임금 난제풀기 직접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수장을 직접 만났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 처리를 기점으로 터져 나온 노동계의 반발을 달래고, 향후 노·정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기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와 복수의 노동계 소식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린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공개로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대 노총 위원장에게 "서로 의견이 다른 점이 있어도 대화는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 방향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달라", "한국사회 전체를 봐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민주노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 "해당 부처가 보완 대책을 세워가기를 바란다"는 뜻의 언급을 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 "쌍용차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인도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민주노총이 전했다.

노동계의 요구사항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최대한 부각한 것으로, 대화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는 6개월 전인 지난 1월 19일 문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과 시차를 두고 '연쇄 면담'을 했을 때의 상황과도 겹쳐진다.

당시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 강행처리에 반발해 노사정위를 탈퇴한 상황이었으나, 문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대화 복귀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역시 민주노총은 지난 5월 말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발하면서 사회적 대화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과 최저임금 제도 개선 등에 합의하고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민주노총 소속 8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은 4만명)이 광화문에 모여 '최저임금삭감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및 6·30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집회를 열고서 청와대로 행진하는 등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형국이다.

이 같은 시점에 이번 면담이 성사되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핵심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가 계속되는 시점에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까지 장기화하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노동계와의 대화에 나선 만큼, 이번 만남이 최저임금 난제를 풀어내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다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각을 세우고 있어, 정부와 노동계가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