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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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서울 용산을 떠나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새 둥지를 트는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과 변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 등에 근거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이 때문에 6·25전쟁 정전협정을 대체한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되면 주한미군 지위문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이와 관련해 우선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북미 정상도 지난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같은 내용을 명시함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적대관계인 북한을 비롯한 전쟁 당사국과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의 남침 억제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주한미군의 임무는 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주한미군의 향후 임무와 관련해 '동북아 기동군' 또는 '평화유지군'으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에 고정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군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분쟁이나 대규모 재해재난 발생시 구호에 투입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최근 발간한 소개 책자 '2018 전략 다이제스트'를 통해 주한미군의 미래에 대해 "한국 및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굳건한 다짐을 상징한다"면서 "아직 달성하지 못한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부단히 전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설명 등을 고려할 때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환수한 이후에도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주한미군의 주 임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평택기지는 인근에 항만이 있고, 철도도 갖춰져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전방으로 이송하는 데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와 안전 보장,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측면에서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설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론에 쐐기를 박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철수 가능성을 접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병력을 빼내고 싶다. 많은 돈, 우리에게 큰 비용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그들(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 문제는 지금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주한미군 감축론에 제동을 건 미국 국방수권법안 수정안이 미국 하원·상원 군사위원회를 잇달아 통과한 것도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국 보수 언론들도 이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핵무기와 주한미군의 거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련해 "단지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데 있지 않으며 동아시아에서 더욱 큰 전략적 그림이 있다"면서 "그들은 한국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방지하고, 일본과 대만 등 역내 민주주의 국가의 보호를 위한 전진배치의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문제는 대통령만의 결정으로 진행될 정도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미는 공식적으로 주한미군 병력이 2만8500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 본토에서 6~9개월 단위로 순환 배치되는 부대의 병력이 한국에 들어오면 본토로 나가야 할 부대가 즉각 빠지지 못하고 겹치는 경우가 많아 병력은 들쭉날쭉하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육군은 1만8500여명, 공군은 8500여명, 해군 500여명, 해병대 120여명 등의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를 합하면 2만7600여명으로, 2만8500명보다 900여명이 적다. 순환되는 병력 때문에 이런 편차가 발생한다고 미군 측은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